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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몸 만들고 우리은행 새 미래 만들고”

입력 | 2019-04-25 03:00:00

챔프전 좌절이후 쉴틈 없는 담금질
오전엔 피트니스로 신체균형 초점, 발등에 최대한 무리 안가게 훈련
오후엔 드리블 등 기술 습득 주력… 매일 리바운드 횟수 체크 구슬땀




여자농구 우리은행 신인 박지현은 오전에는 피트니스, 오후에는 스킬 트 레이닝을 받는 등 일찌감치 몸만들기에 들어가 팀 특유의 ‘혹독한 비시즌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누워 있다가도 일어나서 스쾃을 해요. 왠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박지현(19)은 데뷔 후 처음 맞이하는 비시즌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지난달 18일 삼성생명과의 플레이오프(3전 2승제) 3차전까지 접전을 치른 뒤 박지현이 누린 ‘꿀맛 휴식’은 불과 일주일. “프로 데뷔 이후 가만히 쉬고 있으면 왠지 불안하다”는 박지현은 오전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피트니스를, 오후에는 강남에서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피트니스는 신체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둔다. 엄지발가락이 비교적 짧고 발등이 높은 박지현은 점프를 할 때마다 발등에 무리가 간다. 무릎에 고무 밴드를 찬 채로 발끝을 세워 좌우로 이동하는 훈련을 통해 발끝까지 힘을 전달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설상 선수들의 전담 트레이닝을 맡았던 이종석 트레이너가 박지현의 개인훈련을 진행한다. 그는 “발끝까지 힘을 써야 부상을 방지하고 반 박자 빨리 움직일 수 있다. 지현이처럼 어릴 때 관리를 시작해야 선수생활을 오래할 수 있다. 부상이 생긴 뒤에 재활하면 늦다”고 설명했다.

스킬 트레이닝에서는 드리블 돌파에서 상대 수비의 팔을 걷어내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는 ‘스와이프’ 동작을 익히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카이리 어빙(보스턴),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등 정상급 가드들이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기술이지만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동작이다. 김현중 퀀텀 스킬 트레이닝 대표는 “지현이의 볼 핸들링은 수준급이다. 여기에 상대 수비를 벗겨내는 기술이 더해지면 훨씬 위력적인 돌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진행 중인 박지현.

우리은행 선수단의 비시즌 훈련 소집은 21일. 박지현은 일주일 전인 14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숙소에 들어가 일찌감치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역시 향후 팀의 주축이 될 박지현을 ‘집중 마크’하고 있다. 체육관 한쪽 벽에는 박지현의 훈련 중 리바운드 개수가 날짜별로 기록돼 있다. 183cm 장신 가드인 박지현은 상대 센터, 포워드와의 골밑 싸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위 감독은 박지현이 적극적으로 리바운드 싸움에 가담하게 하기 위해 매일 리바운드 개수를 적어 동기부여가 되도록 했다. 박지현은 “키는 내가 크지만 언니들의 박스아웃이 노련해서 리바운드를 따내기가 쉽지 않다. 언니들보다 두 배는 더 움직여야 리바운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7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하며 ‘우리왕조’를 마감했다. 하지만 미래의 에이스로 불리는 신인 박지현을 품어 세대교체의 초석을 다졌다. 박지현은 “처음에는 ‘내가 들어와서 챔프전에 못 갔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언니들이 ‘너는 앞으로 농구할 날이 많이 남았다. 절대 자책할 필요 없다’고 하시더라. 지금은 오히려 ‘챔프전 진출’이라는 목표가 생겨서 설렌다. 열심히 준비해서 다음 시즌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