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00년 맞이 기획 / New 아세안 실크로드] <7> ‘아세안 시장’ 한중일 新삼국지
그런데 일본은 이보다 앞선 2015년 양곤 남동쪽 10km에 ‘틸라와 산업단지’를 완공했다.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미국, 중국 등의 기업, 금융회사, 공장 약 90곳이 입주해 있다. 중국은 인도양으로 향한 항구 시트웨와 북부 국경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를 따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얀마 북부 접경도시 뮤즈는 중국과의 교역을 바탕으로 미얀마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미얀마에 나타난 한국과 중국, 일본의 행보는 세 나라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발 빠르게 아세안 시장을 선점한 일본과 물량 공세를 강화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이제야 경쟁에 뛰어들어 한발 뒤처진 형국이다.
○ 아세안 시장서 벌어지는 한중일 삼국지
아세안과 유엔에 따르면 2017년 아세안에 투자된 해외직접투자(FDI)는 1370억 달러(약 158조 원). 이 중 아세안 회원국의 역내 투자를 제외하면 일본이 132억 달러로 가장 많다. 중국은 113억 달러로 뒤를 잇고 있으며 홍콩의 투자금(78억 달러)까지 더하면 일본을 뛰어넘는다. 반면 한국은 53억 달러로 7위에 그친다.
○ 중국 일본 주춤한 틈 노려야… 신뢰 확보 절실
다만 최근 중국과 일본의 아세안 진출이 주춤거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차이나 플러스 원’ 정책 이후 중국의 아세안 진출 견제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태국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준으로 아세안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대규모 차관을 받았던 스리랑카, 파키스탄 도시가 빚더미에 앉았다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현지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동부 해안철도 사업을 중단시켰고, 태국과 라오스도 중국과 합작한 고속철도 건설을 늦추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외국계 금융 플랫폼 확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중국계 은행이 시장을 침략한다고 여기고 있다”면서 “현지인에게 호감을 주는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세안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아세안 드림’의 성공을 위해서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자산운용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싱가포르에서 연이어 철수해 현지 금융당국의 눈 밖에 나기도 했다. 한국 은행의 한 캄보디아 법인장은 “캄보디아 당국자 중에는 한국에 대해 신도시 캄코시티와 프놈펜 최고층 골드타워 건설을 중단했던 나라로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양곤·프놈펜=이건혁 gun@donga.com / 하노이·호찌민=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