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석 교수 논문서 주장 지소 황일호 문집에 실린 ‘노혁전’ 연산군 시절 실존 홍길동 이야기, 변형된 형태로 120년뒤 기록된 듯
황일호가 1626년 쓴 ‘노혁전’. 한문으로 홍길동의 일대기를 담았다. 이윤석 연세대 명예교수 제공
이윤석 연세대 명예교수(국문학)는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인 논문에서 “노혁전은 짧은 한문 ‘전’ 형식이며 내용은 야담에 가깝다”며 “노혁전 저자보다 19년 앞서 태어난 허균의 홍길동전 역시 노혁전과 내용·형식이 유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한 노혁전은 전북 전주에 사는 조봉래 씨가 이 교수에게 제공했다고 한다.
노혁전은 의주부윤 등을 지낸 지소 황일호(1588∼1641)가 1626년 쓴 것으로 ‘지소선생문집(芝所先生文集)’에 실려 있다. 황일호가 전주 판관 시절 종사관으로부터 들은 도둑 ‘노혁’의 일대기를 담았다. 글에는 “노혁의 본래 성은 홍(洪)이고, 그 이름은 길동(吉同)”이라고 적혀 있다. 연산군 시절 실존 인물인 홍길동의 이야기가 변형돼 전해지다, 120여 년 뒤에 기록된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한글소설 홍길동전은 1800년경 서울의 세책집에서 만들어 빌려주던 서민의 오락물이지 양반 지식인이 사회 문제를 비판하고자 지은 것이 아니다”라며 “허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이 노혁전의 발견으로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