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 롯데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고향은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다. 1969년 건설된 대암댐 때문에 수몰된 마을이다. 신 회장은 197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5월 고향 별장으로 고향 사람들을 초청해 ‘망향의 한’을 달래주는 잔치를 벌였다. 해외 출장 중에도 이 행사만은 꼭 참석할 정도로 신 회장의 고향 사랑은 여느 재벌 회장과 다르게 유별나다. 롯데장학재단은 2011년 240억 원을 들여 울산과학관을 건립해 울산시교육청에 기증하는 등 롯데는 매년 울산에 수억 원의 성금도 기탁하고 있다.
이쯤 되면 울산과 롯데는 밀월관계라 해도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밀월에 금이 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롯데는 고속철도(KTX) 울산역 앞의 복합환승센터 시설 부지를 매입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착공조차 하지 않고 있다. 강동리조트도 마찬가지다. 울산시민 교통편익 증진과 울산 관광 활성화에 꼭 필요한 시설이다. 롯데는 시의 계속되는 ‘투자 읍소’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다가 최근에는 설계에도 없는 아파트 시설을 늘리겠다고 역제안해 염장을 질렀다.
시가 문수야구장을 롯데에 제2구장으로 선뜻 내준 이유는 롯데의 울산사랑에 보답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롯데의 울산 홀대와 잇속 챙기기에서 느끼는 울산시민의 상실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롯데는 울산시민의 사랑이 식기 전에 본연의 목적에 맞게 사업을 추진하고 문수야구장 경기 횟수를 늘려야 한다. 상대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게 사랑이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