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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토스카나, 재활용 섬유의 신 르네상스를 열다

입력 | 2019-04-26 00:24:00

[지구의 심장]




《동아일보를 포함한 세계 18개 언론은 이달 28일까지 쓰레기, 공해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조명하는 ‘지구의 심장(Earth Beats)’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는 세계 50여 개 언론사가 사회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보도하는 ‘임팩트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수거된 중고 의류들. 사진 로베르타 메오니(Roberta Meoni)

1초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섬유가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지거나 소각된다. 이로 인해 염료 등 화학 물질이나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비(非)생분해성 합성 섬유가 땅에 스며든다. 매년 약 5000억 달러(약 581조5000억 원)어치의 거의 입지 않은 옷들이 버려진다. 이 옷들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데도 말이다. 합성 섬유를 만들기 위해 석탄과 석유가 필요하고, 면직물과 같은 천연 섬유를 생산하는 데도 살충제가 쓰인다. 2017년 엘렌 맥아더 재단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수준이 지속될 경우 2050년이면 패션 산업이 전 세계 화석연료 소비량의 4분의 1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섬유 1억 t 중 오직 1%(약 98만 t)만이 재활용되고 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에서 재활용된 섬유의 15%(약 14만3000t)가 이탈리아 도시 프라토에서 재활용됐다. 토스카나주의 주도(州都)인 피렌체에서 24㎞ 떨어진 이 도시는 재활용 섬유 가공의 세계적 중심지로, 더욱 지속 가능한 생산을 모색하는 대형 의류 업체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여동생 신치아(Cinzia)와 함께 ‘코미스트라(Comistra)’를 공동 소유하고 있는 파브리치오 테시(Fabrizio Tesi)는 “프라토는 19세기 중반부터 전 세계에서 수거한 옷을 재활용해왔다. 우리는 첨단 기술을 갖고 있으며 가장 혁신적인 장비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년이 된 이 기업은 재활용 섬유가 90% 이상 포함된 직물을 만들어낸다. 테시는 이탈리아 재생 섬유 협회(ASTRI·Italian Association of Recycled Textiles)의 회장이기도 하다. 2년 전 설립된 이 협회는 약 2세기 동안 섬유 폐기물(특히 양모)을 자원으로 바꿔온 프라토와 이탈리아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설립됐다. ASTRI는 재생 섬유 영역에서 우수한 품질의 직물을 재생산하는데 헌신해온 기업인들의 노력 덕에 출범할 수 있었다. 이들은 노점상, 양모 공장, 원자재 상인과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섬유 지역의 방직·염색·가공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프라토에는 약 7200개의 기업, 4만 명의 노동자가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약 50억 유로(약 6조4733억 원)에 달한다.

테시는 “할아버지 알프레도부터 아버지 롤란도, 어머니 지오바나까지 우리 가족은 항상 혁신에 대한 강한 소명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섬유 부산물과 소비자가 사용한 소재들을 이용해 ‘기계 양모’ 또는 ‘프라토 양모’라고 불리는 직물을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공장을 세울 수 있었다. 새로운 양가죽 없이도 생산되는 고품질의 재생 섬유는 국제 재활용 섬유인증(GRS)를 받았다”고 말했다.

재활용 섬유. 사진 로베르타 메오니(Roberta Meoni).

코미스트라는 아르마니, 바나나리퍼블릭, 자라, H&M 등 대형 패션 브랜드에 섬유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코미스트라는 혼자가 아니다. 프라토에선 업체 수백 곳이 재생 섬유를 만드는 데 전념하고 있다. 발필로 방적공장은 재활용 재료로 카디드 얀(거친 단계의 실)을 만들며 인테스프라 양모공장은 원단을 제작한다. 마니파투라 마이아노 방적공장은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해 섬유 쓰레기를 가공해 단열재를 만들고, 니콜로 시프리아니가 지난해 설립한 스타트업 리포는 재생 양모로 스카프와 모자를 만들고 있다.

한때 테시와 그의 동료들은 폐기물을 사용하는 걸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테시는 “패션 산업은 프라토의 선례를 따를 때 비로소 지속 불가능한 생산에서 구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심있는 소비(conscious consumption)의 시대에, 모든 주요 패션 브랜드들은 재활용, 그리고 자신들의 컬렉션에 친환경적인 제품을 포함시키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지속 불가능한 산업의 관행이 낳은 낭비적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테시는 “생산 시스템을 완전히 혁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옷 한 벌의 수명이 다 한 뒤의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테시는 브루넬레스키 연구소와 협업해 친환경 디자인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의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의류들은 쉽게 수선할 수 있고 재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다.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접착제나 합성 물질 대신 면 이음매, 무독성 색채, 천연 섬유가 사용된다. 이 아이디어는 ‘패션 혁명’이나 ‘착한 패션’과 같은 국제적인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프라토의 기술과 생산 모델에서 시작한 이들은 가장 오염이 심한 제조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헌신해왔다.

엘레나 코멜리(Elena Comelli)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르 델라 세라’ 기자
번역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