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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회장 “전관예우는 궁박한 국민 등치는 범죄… 반드시 철폐”

입력 | 2019-04-26 03:00:00

‘법의 날’ 기념식서 근절방안 제시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포항 11·15 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인재라며 정부의 공식 사과와 특별법 제정,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세종=뉴스1


“전관예우는 궁박한 처지에 놓여 있는 국민들의 피눈물 나는 사정을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범죄입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25일 “얼마 전 ‘전관예우는 예우가 아니라 반칙이고 범죄입니다’라는 언론 기사를 본 적이 있다”며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56회 법의 날’ 기념식 축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앞서 동아일보는 22∼24일 ‘전관예우, 반칙이고 범죄입니다’ 연속 기획에서 법조윤리협의회의 전관 변호사 자료를 근거로 비전관 변호사들과의 수임 격차와 그로 인한 부작용 등을 심층 보도했다.

○ “‘전관예우 비리’ 신고자에 거액 포상금”

4월 22일자 A1면.

이 회장은 축사에서 “전관예우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고 동료 변호사들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방해하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들로부터 법원의 재판과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관예우의 폐습이 철폐돼야 한다”며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밝혔다. 변협이 전관예우 근절 대책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그는 먼저 “앞으로 전관예우를 이용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고액의 수임료를 받으면서 변호사의 품위를 훼손하는 수임 행위에 대해 그 남용의 정도에 따라 제명 등 중징계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변협 전관비리신고센터의 상근 변호사가 전관 비리 및 법조 브로커를 적발하고, 관련 비리를 신고하는 변호사와 국민들에게 거액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사법부와 검찰을 향해 “외국 사례처럼 판사와 검사가 변호사와 휴대전화를 포함한 사적인 통화나 만남을 가진 경우 이를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만일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하급심 판결이 전부 공개되면 특정한 판사가 같은 내용의 사건에 대해 어떤 피고인에게는 실형을 선고하고, 어떤 피고인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인지가 파악된다”며 “판결문의 전면 공개는 전관예우의 폐해를 실효성 있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법원장, 국회에 사법개혁법안 논의 촉구

법무부와 변협이 공동 주최한 기념식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등 법조계 주요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사법부 현실과 국민이 염원하는 사법부의 모습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법조인들은 국민과 소통하면서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국민들 앞에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 법원행정처의 법원사무처 전환 방안 등이 담긴 사법개혁법안을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 장관은 기념사에서 “국민이 쟁취하고 지켜낸 민주주의가 뿌리 내릴 때 특권과 반칙이 허용되지 않는 진정한 법치주의도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라며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정의롭고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진정한 법치국가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념식에서는 윤세리 변호사(66)가 국민훈장 모란장(2등급)을 받는 등 13명이 훈포장을 받았다. 법무법인 율촌 명예대표인 윤 변호사는 공익 법인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익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황조근정훈장은 이성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국민훈장 동백장은 노용성 법무사, 김혜린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아산지부 원장, 서명섭 인천구치소 교정위원이 △홍조근정훈장은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강지식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김중권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근정포장은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받았다.

법의 날 기념식이 열린 같은 시각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 10개로 구성된 ‘자유와 법치를 위한 변호사연합’(변호사연합)이 출범했다. 이들은 ‘법치수호의 날’ 행사를 열어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편파적인 수사와 재판을 비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