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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럼 짠 한국당, 회의실 봉쇄… 文의장 33년만에 경호권 발동

입력 | 2019-04-26 03:00:00

[패스트트랙 충돌]극한 대치 국회 아수라장



“비켜라” “못간다”… 법안 접수 충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 법안을 접수시키려 하자 국회 본관 7층 의안과 주변에 모여 있던 최연혜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극렬히 저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주민, 강병원, 표창원, 송기헌 민주당 의원.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문 열려고 하면 도끼 가지고 와! 전투 준비!”(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

“진짜 모든 걸 걸었어.”(한국당 장제원 의원)

막아선 자와 뚫으려는 자가 뒤엉킨 25일 국회는 전장(戰場) 그 자체였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한 이날 한국당은 국회 곳곳을 봉쇄하며 육탄 방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면 돌파를 시도하면서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986년 10월 이후 33년 만에 경호권까지 발동했다.

○ 한국당, 문 잠그고 가로막고 ‘물리력’ 저지

한국당은 24일 오후 철야농성 이후 의원총회를 연 뒤 25일 새벽을 전후해 일사불란하게 국회 곳곳을 장악했다. 선거제 개편안, 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논의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445호),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245호), 220호 회의실, 법안이 접수될 국회 사무처 의안과 등에 한국당, 바른미래당 내 패스트트랙 반대파가 들어섰다. 회의장 곳곳에 ‘동료 의원 성추행한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리멸렬한 야당을 만들어 국회를 무력화하는 입법부 마비 전술”, “문재인 정권의 불로장생을 위한 공수처 불로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심리전’으로 맞섰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는 당 보좌진에게 “한국당의 국회 본청 회의실 점거 행위 및 불법 행위를 사진 및 동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널리 알려 달라”라고 공지했다.

○ 각 당 대표, 원내대표까지 나서 극한 대치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한국당은 날치기와 몸싸움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을 의식했다. 이 법에 따르면 국회 회의장 등에서 폭행 감금이나 퇴거 불응, 재물 손괴를 하면 5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8대 국회 때 등장했던 쇠사슬이나 해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법안이 팩스로 접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안과 사무실 팩스 전원 코드 미리 뽑기, 팩스로 들어오는 법안 가로채기 등이 등장했다.

여야 대치는 민주당이 공수처 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려는 오후 6시 반경 폭발했다. 대치는 여야 의원과 보좌진이 뒤엉킨 공성전과 백병전 양상이 됐다. 의안과 앞 복도에는 떨어진 셔츠 단추와 종이가 나뒹굴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 보좌관이 법안 제출을 시도하다 1차로 한국당의 ‘스크럼 철통 방어’에 가로막혔다. 법안을 접수하는 의안과 팩시밀리 기기도 파손됐다. 문 의장은 급기야 ‘경호권’을 발동했다. 헌정 사상 경호권이 발동된 사례는 그동안 5회밖에 없었다. 질서유지권과 달리 경호권은 운영위원회 동의를 구한 뒤 정부에 경찰 파견을 요청할 수도 있다.

오후 9시 사개특위 회의와 9시 반 정개특위 회의가 소집되자 당 대표와 지도부까지 가세한 몸싸움의 판이 커졌다. 민주당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과 박범계 박주민 의원 등이 진입을 시도했고, 몸싸움 끝에 박주민 의원은 쓰러지고 의자들이 나뒹굴었다. 정의당 의원까지 가세하자 한국당은 “민주당 2중대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 보좌진을 향해 “어디 보좌관이야! 난 더 정치 안 할 사람이야!”라며 호통을 쳤다. 이 대표는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자신들을 막아선 보좌진 사진을 찍기도 했다. 또 “내 이름으로 (한국당을) 고발할 거야”라고 외치자, 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고발해. (내년 총선에서 원하는 대로) 260석 가져가라”고 맞받았다. 한국당 안팎에선 “이날 비로소 야당이 됐다”는 자평을 내놓기도 했다.

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