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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식의 스포츠&]2020년 도쿄 올림픽이 코앞인데…

입력 | 2019-04-26 03:00:00


한국 선수단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회식 때 입장하는 모습. 메달 색 못지않게 올림픽 참가 과정에서 흘린 선수들의 땀과 눈물의 가치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아일보DB


안영식 스포츠 전문기자

꽃구경이 한창이다. 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상춘객들로 전국이 북적이고 있다. 활기를 띤 곳은 봄나들이 명소만이 아니다. 찬바람 불던 운동장과 스포츠시설에도 봄이 왔다.

‘동호인들의 전국체전’으로 불리는 2019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이 25일 충북 일원에서 나흘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2001년 제주에서 17개 종목으로 첫 대회가 열렸고 올해는 43개 종목에서 동호인 최고수와 최강팀을 가린다. 한일 생활체육 교류 차원에서 일본 선수단 176명도 9개 종목에 출전했다.

이런 가시적 성과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스포츠는 여전히 엘리트체육-학교체육-생활체육으로 분절돼 있다. 선진형 스포츠 시스템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됐지만 ‘화학적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조직은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더군다나 서로 다른 조직을 합쳤기에 구성원들이 동질감을 갖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두 법인이 해산하고 새로운 법인을 설립했는데 통합체육회의 명칭은 대한체육회다. 명칭이 그렇다 보니 두 단체의 법인이 해산한 뒤 일대일 통합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생활체육회가 대한체육회에 흡수된 모양새다. 상황이 이럴진대, 구성원들의 혼연일체는 재촉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코앞이다. 국민정서상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이 고전하고 참패하는 모습을 참아 넘기기는 어려울 듯싶다. 국위 선양은 차치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줘서야 되겠는가. 일부 구기 종목 등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도 버겁다는 걱정스러운 얘기도 들린다.

우리나라처럼 학교와 실업팀 중심으로 엘리트 선수를 집중 육성해 왔던 일본은 ‘국제대회 성적은 당분간 포기하겠다’는 각오로 스포츠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2000년 ‘스포츠 기본계획-풍요로운 스포츠환경을 목적으로’를 수립해 종합형 지역 스포츠클럽을 확대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와 비만인구 증가, 청소년 문제 등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기존 스포츠단체와 동호회 등의 비협조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으나 흔들림 없이 정책을 밀고 나갔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본 전역의 스포츠클럽은 3600여 개, 회원 수는 약 2006만 명(전체 인구의 약 16%)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일본은 2015년 문부과학성의 스포츠-청소년국을 스포츠청으로 승격시켰다. 그런 일본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을 밀어내고 1994년 히로시마대회에 이어 24년 만에 종합 2위에 올랐다.

독일은 스포츠클럽 활동이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다. 약 11만 개 스포츠클럽의 회원 수는 2750만여 명(전체 인구의 약 35%)에 이른다. 이 스포츠클럽들은 지방자치단체 체육회와 종목별 경기연맹의 회원단체로서 수준별 리그대회 등을 통해 엘리트 선수를 배출하고 있다. 독일올림픽위원회는 이렇게 키워진 선수 중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국제대회 출전 등을 총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월 ‘대한민국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민관 합동으로 스포츠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6월까지 스포츠 분야 혁신을 위한 세부과제를 도출하고 내년 1월까지 관련 부처별 이행 현황을 점검한단다.

독일과 일본 등 스포츠 선진국들을 벤치마킹하고 현장의 실태와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낸다면 ‘한국형 모범답안’을 제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핵심은 그렇게 만들어진 마스터플랜을 제대로 추진할 확고한 의지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예산 확보다.

혁신위가 내놓을 국내 스포츠계의 체질과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권고안이 훌륭한 것과 실행되는 것은 별개다. 고유 영역 침범을 꺼리는 관련 부처 실무자들의 협의 과정이 하세월로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올해 초 스포츠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잇달아 터졌을 때, “이참에 바꿔보자”는 국민적 공감대는 마련됐다. 이번에도 보여주기 식 땜질 처방에 그치지나 않을까라는 우려가 쓸데없는 걱정이었으면 좋겠다.

안영식 스포츠 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