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장률 11년만에 최저치… 재정 약발 떨어지자 바로 비틀 설비투자 21년만에 최악 감소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0.3%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수출 부진의 여파로 투자가 크게 감소한 데다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마저 제자리걸음을 했다. 예상보다 심각한 ‘역(逆)성장 쇼크’에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출렁였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02조6784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0.3% 줄었다고 25일 밝혔다. 분기별 성장률로는 2008년 4분기(10∼12월·-3.3%) 이후 가장 낮다. 역성장을 한 건 2017년 4분기(-0.2%) 이후 다섯 분기 만이다.
항목별로는 설비투자가 10.8% 줄었고, 수출과 수입이 각각 2.6%, 3.3% 감소했다. 설비투자 감소 폭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크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에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포함한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했다. 민간소비는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는 그동안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로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성장률을 떠받쳤던 정부 소비도 0.3%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1.2%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에는 -0.7%포인트로 오히려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재정 약발이 떨어지면 경제가 바로 고꾸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