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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표현 더 생생하게!” 봉기장면 막바지 구슬땀

입력 | 2019-04-26 03:00:00

내달 10~12일 예술의전당 공연… 국립오페라단 ‘윌리엄 텔’ 연습현장




‘윌리엄 텔’ 4막 연습 장면. 아르놀드(테너 강요셉·앞줄 권총 든 사람)를 선봉으로 한 스위스 3개 주 시민들이 오스트리아의 폭정에 대항해 무기를 들며 항쟁을 다짐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스위스가 다시 숨을 쉬도록 하자! 게슬러 총독, 이번에는 너를 향한 화살이다!”

조아치노 로시니(1792∼1868)의 마지막 오페라 ‘윌리엄 텔’을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한다.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꺾고 독립을 쟁취했던 스위스를 거울삼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공연이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단까지 출연자 250명, 연주시간 4시간에 이른다. 5월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3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의 연습실은 분노한 스위스인들의 봉기를 묘사하는 4막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다. “더 움직여요! 이렇게,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노를 표현하세요. 지금은 마치 무기가 당연히 나올 걸 기다리는 것 같네요!” 불가리아의 여성 연출가 베라 네미로바가 양쪽 무릎을 치며 합창단을 독려했다.

37세 때 모든 명예와 부를 이미 지녔던 로시니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로 결심하면서 모든 역량을 이 작품에 쏟아부었다. 실러의 원작은 ‘빌헬름 텔’이지만 파리에서 ‘기욤 텔’로 190년 전인 1829년에 초연되었다. 이탈리아의 선율미에 프랑스 ‘그랑 오페라’ 스타일의 장려함을 결합했고, 호수의 폭풍 장면을 비롯한 스펙터클이 압도적이지만 극장의 통상 레퍼토리로 소화하기 부담스러운 규모 때문에 오늘날엔 12분가량의 서곡만 자주 연주되어 왔다.

13세기 초 오스트리아 총독 게슬러는 장대에 모자를 걸고 사람들에게 절을 하라고 명한다. 이름난 궁수 텔은 이를 거부하고, 게슬러는 벌로 텔의 아들 머리에 사과를 놓고 쏘기를 명한다. 화살은 사과에 꽂히고, 스위스인은 압정에 대항해 일어난다. 게슬러의 딸 마틸드와 스위스인 지도자의 아들 아르놀드의 사랑 이야기가 줄거리 라인에 재미를 더한다.

연출가 네미로바는 “모든 민족에게는 자신만의 윌리엄 텔이 있고 불가리아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며 “비장하고 현대적인 연출로 극적인 묘미를 살리면서 유쾌한 상상력을 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요셉(왼쪽)이 아르놀드로 출연한 2015년 독일 함부르크 오페라극장의 ‘윌리엄 텔’ 공연.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 작품은 특히 아르놀드 역의 테너가 ‘고음의 극한’으로 불리는 C음을 19번이나 부르고 이보다 높은 C#음도 두 차례나 나온다. 이번 공연에는 2014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극장이 100년 만에 공연한 ‘윌리엄 텔’에서 아르놀드 역으로 출연해 오스트리아 음악극장상을 받은 테너 강요셉이 김효종과 함께 아르놀드로 출연한다.

강요셉은 “사랑과 애국심 사이의 고민만 너무 강조하기보다 아르놀드의 결단을 부각시키는 데 연기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표와 함께 타이틀 롤인 텔로 출연하는 바리톤 김동원은 “의지가 넘치고 강인한 주인공을 사실주의 오페라처럼 실감나게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아르놀드의 연인 마틸드 역에는 소프라노 정주희와 이탈리아의 세레나 파르노키아가 출연한다. 제바스티안 랑레싱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금 오후 7시, 토·일 오후 4시. 1만∼1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