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마법사의 시대/볼프람 아일렌베르거 지음·배명자 옮김/488쪽·2만 원·파우제
이 책은 1920년대 현대 철학의 기틀을 세운 철학자 4명의 삶을 조명한다. 1919년 세계대전 종전 뒤부터 독일 나치의 등장 이전인 1929년까지 10년간 그들의 주무대였던 파리, 베를린, 빈 등이 책의 배경이다.
저자는 전후 역동적이면서 급진적이었고, 혼돈의 시대였던 1920년대가 오히려 철학하기에 좋은 시기였다고 강조한다. 학교 교육은 부차적이었고, 학문적 명성 또한 땅에 떨어진 때였다. 덕분에 4명의 천재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매달릴 수 있던 토양이 마련됐다고 말한다.
으레 상상하는 골방 안에서 고민하는 철학자의 모습을 책 속에서 찾긴 어렵다. 그 대신 유럽 곳곳으로 떠돌았던 베냐민의 유랑을 상세히 풀어내고,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철학의 신으로 추앙받다가 갑자기 스스로 빈털터리가 돼 오스트리아 시골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쳤던 억만장자의 아들 비트겐슈타인을 조명한다. 또 유대인으로서 독일 함부르크 중산층 거주 지역에서 점점 격해지는 독일인의 유대인 혐오를 직접 당해야 했던 카시러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저자 해나 아렌트와 불타는 사랑을 펼친 하이데거의 일생과 천재 철학자로서의 성공담이 소설처럼 펼쳐진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