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자연의 역사를 읽는 사람들/랜스 그란데 지음·김새남 옮김/460쪽·3만8000원·소소의책
미국 학계에서는 화석을 사기업이 발굴해도 되는지에 관한 논쟁이 있었고 티렉스 공룡 ‘수’ 소유권 분쟁은 그 기폭제가 됐다. 왼쪽은 국립공원에서 불법 발굴을 감시하는 단속반, 오른쪽은 ‘수’의 첫 발굴 모습. 소소의책 제공
저자는 미국 시카고 필드박물관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큐레이터이자 저명한 학자. 필드박물관은 미 3대 자연사박물관으로 꼽히며 영화 ‘쥬라기 공원’의 실제 모델인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수(SUE)’가 전시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거대하고 화려한 이 화석이 필드박물관에 오기까지, 그리고 전시되기까지는 그 과정이 험난하기만 했다.
‘수’의 사나운 운명은 상업적 화석 사업체인 블랙힐스가 먼저 발굴하면서 시작됐다. 역사적 규모의 유물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땅 주인부터 지역 사회, 나중에는 연방정부까지 나서서 소유권 다툼을 벌였다. 이 사건에 증인으로 불려 다녔던 저자의 경험을 통해 다른 측면에서 ‘수’ 분쟁 사태를 읽어볼 수 있다.
티라노사우루스 공룡의 화석 모형. 픽사베이
또 ‘수’의 발 복원 조립을 마쳤을 때는 ‘쥬라기 공원’ 두 편을 완성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박물관을 찾았다. ‘수’는 현재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큰 티라노사우루스였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뼈를 보고 “생각보다 작네”라고 했다고 한다. 그의 영화 속 티라노사우루스 크기를 감안하면 그럴 법한 반응이다.
‘수’ 말고도 박물관을 채우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연구도 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를 저자는 친절히 들려준다. 새로운 연구를 위해 수십 쪽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1년 동안 관련 재단을 설득한 일, 물고기 표본을 확보하기 위해 심해 낚시 대회에 가서 사람들에게 “살을 발라줄 테니 뼈를 달라”며 ‘딜’에 나서는 일 등 생각보다 낯설지 않은 일도 많다. 이렇게 박물관 속 다양한 인간 군상, 역동적인 모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저자는 큐레이터의 일도 결코 고고한 연구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음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