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줄리언 반스 지음·공진호 옮김/196쪽·1만4500원·다산책방
어려서 부엌과는 거리가 멀었던, 요리를 글로 배운 중년 남성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요리책대로 하면 맛있는 음식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고지식하게 따라하지만 이상하게도 요리는 늘 어딘가 달라 좌절하고 실망한다.
아내와 ‘한 스푼’이라는 표현을 두고 ‘찰랑찰랑’인지 ‘수북이’ 한 스푼인지 논쟁을 벌이고, 요리법의 빠진 부분을 캐묻기 위해 요리책 저자에게 전화했다가 ‘이상한 부분이 없다’며 면박을 당하기도 한다. 책장을 덮을 때까지 영국 최고 작가가 주방에서 겪는 굴욕과 영국식 유머가 끊이지 않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