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블랙리스트’ 수사 결과, 靑 면죄부 아니다

입력 | 2019-04-27 00:00:00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할 때 작성한 문건을 공개하면서 촉발된 ‘민간인 사찰’ 의혹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서울동부지검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교체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을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검도 김 전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김 전 수사관이 벌인 ‘민간인 사찰’이 청와대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전 수사관의 불법적 활동과 보고서 작성을 제때에 적절한 방식으로 문제 삼지 않은 청와대의 정치적, 도덕적 책임마저 사라지진 않는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표적감사 등을 통해 전 정권이 임명한 인사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하고, 그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고 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난 것도 문재인 정권의 모순을 드러낸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적폐로 규정해 책임자들을 형사 처벌하고, 입버릇처럼 공정사회를 강조한 청와대가 비슷한 잘못을 저지른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신 전 비서관의 상사인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지만, 이는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때문이지 조 수석에게 책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청와대는 이번 수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겨온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 임명 몫이 아닌 자리에 대한 인사권 행사를 중단하고, 공공기관 경영진 채용 과정을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정비해 능력 있는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