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보도… 美에 ‘비핵화 중단’ 위협
중절모 들어 답례하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러시아군 의장대를 사열하면서 중절모를 벗어 들어 보이고 있다. 전날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 김 위원장은 경제시찰 없이 일정을 앞당겨 이날 오후 특별열차편으로 귀국했다. 블라디보스토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판문점 선언 1주년 하루 앞두고 “모든 것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한 뒤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최근 조선반도와 지역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또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압박 기류에 변화가 없으면 군사적 도발을 포함해 대응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위협한 것.
○ 푸틴 방북 약속까지 받고 웃으며 돌아간 김정은
도착할 때 궂었던 날씨와 달리 26일 김 위원장이 떠날 때 블라디보스토크의 날씨는 화창했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진행된 환송식에 검은색 중절모와 코트 차림으로 등장했으며, 도착 때처럼 코트 안에 오른손을 집어넣는 제스처도 잠시 취하며 환하게 웃었다. 러시아 군악대는 북한 국가를 연주한 뒤 ‘아리랑’을 두 번 연주하며 ‘맞춤형 환송’을 했다.
전용차를 타고 온 김 위원장은 상석인 오른쪽 뒷좌석에서 내렸다. 동시에 리용호 외무상이 전용차 조수석에서, 최선희 제1부상이 김 위원장 옆자리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리용호와 최선희가 김 위원장과 전용차에 함께 탄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전날 회담에도 유일하게 배석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외무성 투톱을 향한 김 위원장의 신뢰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예상됐던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하고 일찍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인테르팍스통신은 “김 위원장이 총 4개 일정을 소화하고 오후 10시에 떠날 예정이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계획이 축소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태평양함대사령부 인근 전몰용사 추모비에 헌화하고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방문한 바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블라디보스토크=황인찬 hic@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