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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사무관 ‘이틀내 자료 내라’ 불쑥 전화… 대학 다른업무 올스톱”

입력 | 2019-04-27 03:00:00

[대통령 위에 공무원, 규제공화국에 내일은 없다]
조직학회-행정개혁학회 세미나
과잉 교육규제 지적 쏟아져… “온라인 강의 시간까지 간섭”




“교육부 사무관이 자료 1건을 요청할 때마다 대학은 마비가 됩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는 말할 것도 없고 공무원들의 간섭 하나하나가 대학의 질적 성장을 방해합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성대 에듀센터에서 열린 ‘위기의 한국 대학, 그 해법은’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대학교수들의 하소연이다. 한국조직학회와 한국행정개혁학회가 개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 대학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교육규제’에 대한 다양한 지적이 쏟아졌다.

우선 정부가 등록금을 올리면 재정 지원을 끊는 방식으로, 사실상 10년째 등록금을 동결시킨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부분 대학이 예산의 50∼60%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최근엔 최저임금까지 올라 청소비에만 한 해 40억 원을 쓰는데 대학으로선 재정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대학들이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에 길들여져 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더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니 대학이 세운 중장기 발전 계획이 무의미해진다”고 밝혔다.

수시로 사소한 자료까지 요구하는 교육부의 행태가 ‘규제 이상의 규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방사립대 A 교수는 “교육부 사무관이 갑자기 전화해 1, 2일 내로 특정 자료를 만들어 보고하라고 한다”며 “대학 목숨을 쥐고 있는 교육부가 지시한 일을 처리하느라 다른 일들은 ‘올스톱’이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 규제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가 전체 강의 수의 20%를 넘지 않고 회당 25분을 넘겨야 한다는 교육부 기준을 지켜야 한다. 대학 컨설팅업체 제이앤컴퍼니의 김재훈 대표는 “펜실베이니아대 등 해외 유수 대학들도 온라인 학위과정을 개설했는데 한국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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