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3> 김성훈 국립암센터 장기이식실 실장
김성훈 국립암센터 장기이식실 실장은 50대인 지금도 하루 평균 10km를 달린다. 20년 넘게 달리기를 해 온 김 실장은 “육체적 건강에도 좋지만 정신 건강에 달리기가 좋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근력을 보강하기 위해 철봉 운동도 빠뜨리지 않는다. 김 실장이 연구실 문에 설치한 철봉에서 운동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 실장은 간 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 의사다. 지금까지 700건 이상의 간 이식 수술을 했다. 그는 간 기증자로부터 간을 떼어내는 수술과 그 간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따로 하지 않는다. 기증자와 환자를 나란히 두고 두 수술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수술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2012년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76세 노인으로부터 간을 떼어내는 수술에도 성공했다. 현재 김 실장은 국립암센터 부설 국제암대학원대 교수도 맡고 있다.
연구실 입구에 철봉이 설치돼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평소 근력 운동을 하는 도구라고 했다. 수시로 철봉 운동을 한단다. 김 실장은 즉석에서 턱걸이 10회는 거뜬하게 해치웠다. 이런 식으로 하루 2, 3회 철봉에 매달리고 나면 몸에 힘이 생기는 느낌이라나.
간 이식은 과거에는 적어도 8∼10시간, 때로는 그 이상 시간이 걸리는 큰 수술이었다. 요즘에는 6시간 내외로 줄었지만 그래도 체력이 달리면 수술이 끝나기도 전에 지치고 만다. 그러니 수시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 김 실장이 철봉 운동을 생활화한 이유다.
○ 의료계의 ‘포레스트 검프’
인터뷰 내내 뇌리를 맴도는 캐릭터가 있었다. 25년 전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다. 그는 틈만 나면 달렸다. 달리면서 인생을 배웠고, 진리를 깨쳤다. 김 실장도 비슷했다.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다. 포레스트 검프가 국내에 개봉할 무렵에는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당시 김 실장은 의대를 졸업하고 외과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었다. 외과 전공의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저녁이 되면 녹초가 됐다. 밤에 잠을 자도 피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김 실장은 신혼 집(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학교(종로구 혜화동 서울대 의대)까지 약 9km의 거리를 뛰어서 출퇴근했다. 가랑비 정도는 무시하고 달렸다.
어느 날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감히 달릴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황. 김 실장은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탔다. 운전사가 그를 잠시 보더니 이렇게 말하더란다. “혹시 매일 뛰어다니는 분 아니세요?” 매일 같은 길을 가는 노선버스를 운전하는 운전사에게 그가 달리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던 것. 당시 김 실장은 출퇴근 때 말고도 시간만 나면 운동장이고, 주변 거리를 뛰어다녔다. 그러다 보니 하루 평균 최소한 20km는 뛰었다고 한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수술 경험을 꽤 쌓은 후에도 그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또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수술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은 상당히 오래 뇌리에 남는다. 그 기억을 잊기 위해 뛰었다고 한다. 그 불쾌한 기억을 지울수록 다음 수술을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 작성을 앞두고도 뛰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란다. 이래저래 뛰는 것이 김 실장에게는 일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날리는 비법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선후배, 동료 의사들이 그랬다. “왜 그렇게 뛰어다니는 거야?” 그러면 그저 웃어줄 뿐이었다.
○ “달리기는 건전한 중독”
전공의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달렸다. 젊었을 때는 하루 평균 20km 이상을 뛰었다. 체력이 조금 달리기 시작한 40대 이후에도 매일 10∼20km씩은 뛰었다.
달리기를 오래 하다 보면 뇌에서 진통 효과가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엔도르핀’이 나온다. 고통을 참고 계속 달리면 사점(데드 포인트·dead point)을 넘기고, 이후로는 지친 줄 모른다. 김 실장에게도 이런 경험이 적잖다.
김 실장은 환자와 환자 가족을 대하는 게 늘 조심스럽고 미안하다고 한다. 가족 사이에도 간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가 종종 있다. 간 상태가 좋지 않아서 혹은 기증자의 나이가 너무 많아서…. 벼랑 끝에 몰린 그들에게 “안 된다”고 말하는 게 큰 스트레스다. 그러니 뛰어서 그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
“달리다 보면 때로 무아지경에 빠집니다. 그동안의 나쁜 기억도 모두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잊습니다. 정신적 위안을 얻는 겁니다. 제게 달리기는 ‘건강한 중독’인 셈입니다.”
○ “무리한 운동은 건강에 마이너스”
김 실장은 요즘에도 달리기를 하지만 하루 10km를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보통은 출근하기 전에 달리기를 한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인근 고교 운동장으로 가서 1시간 동안 트랙을 돈다. 과거에는 병원보다 한참 전에 전철에서 내려 뛰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가까운 역에 내려 5∼10분 걸어 병원에 도착한다.
오전에 달리지 못했다면 근무 도중에 짬을 내서 병원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를 한다. 너무 몸이 찌뿌드드하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를 골라 한강 둔치에서 그날만큼은 20km 정도를 달린다.
하지만 새로 정한 원칙은 꼭 지키는 편이다.
첫째, 일주일에 하루는 달리지 않고 푹 쉬는 것. 둘째, 2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달리지 않는 것. 셋째, 달리는 속도를 시속 11∼12km 이상으로 올리지 않는 것.
이런 원칙을 만든 이유가 있다. “나이가 들면 무한정 몸을 혹사시켜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건강에 손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사실 김 실장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빈혈 때문이었다. 2005년 처음 증세가 나타났다. 입술이 파래지고 숨이 조금 찼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선배 의사들이 강제로 검사를 시행하도록 했다. 그 결과 혈색소(헤모글로빈) 수치가 dL당 7g으로, 정상치(dL당 12∼16g)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하는 색소 단백질이다. 이 수치가 크게 낮다는 것은 그만큼 혈액 안의 산소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때만 해도 젊었기에 지나치게 내 몸을 과신했던 것 같아요. 지나친 운동이 때로는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된 셈이지요.”
1시간을 달리면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린다. 이 땀을 통해 의외로 많은 철분이 빠져나간다. 김 실장은 이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달릴 때 발바닥의 혈구가 깨져 빈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후 김 실장은 철분 약을 먹기 시작했다. 혈색소 수치를 정상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6개월이 걸렸다. 그 이후로도 이따금 혈색소 수치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심각한 수준에는 이르지 않고 있다. 김 실장은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철분 약을 복용한다. “꾸준히 관리해야죠. 그래야 앞으로도 달릴 수 있으니까.”
▼“고개 꼿꼿이 들고… 팔은 좌우가 아닌 앞뒤로 흔들어야”▼
속도보다는 자세가 중요… 안전하게 효과적으로 달리려면
○ 사전 준비를 철저히
40대 이후라면 무엇보다 안전한 달리기를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발에 딱 맞는 운동화를 골라야 하고, 발을 보호하기 위해 가급적 깔창을 하나 더 넣는 게 좋다.
스트레칭도 넉넉히 해야 한다. 젊었을 때 운동 전 스트레칭을 5분 했다면 중년 이후에는 최소한 10분 이상 해 주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을 할 때는 신체의 모든 부위를 풀어줘야 한다. 김 실장은 일반적으로 허리를 좌우 앞뒤로 풀어주고, 그 다음은 어깨, 그 다음은 하체와 발목 순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 속도에 집착하지 말 것
젊은 사람도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년 이후라면 사고의 위험은 더 커진다. 따라서 낮은 속도로 달리는 게 좋다. 처음에는 관절을 움직여준다는 정도의 강도가 좋다. 대체로 걷는 것보다 약간 빠른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속도다. 이런 속도로 30분 정도 달리기를 지속하는 게 가장 좋다.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면 이후 속도를 올려도 된다.
속도보다는 횟수에 욕심을 내는 게 좋다. 가급적이면 일주일에 3회 이상은 달리도록 하자. 다만 몸도 쉬어야 하므로 하루 정도는 달리기를 거를 것을 김 실장은 추천했다.
○ 자세는 정확하게
편안한 자세로 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 실장은 “몸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달리되 딱 세 가지만 지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허리를 똑바로 펴고, 발은 11자 형태로 한다. 달리다 보면 지쳐서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굽히거나 터덜터덜 발을 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점을 주의하라는 뜻이다. 둘째, 고개는 바로 들고 시선은 전방을 향하는 게 좋다. 셋째, 팔은 좌우가 아닌 앞뒤로 흔드는 게 좋으며 이때 손은 달걀을 살짝 잡은 느낌으로 쥔다. 그래야 상체에 무리한 힘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