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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서 ‘메이 추모제’ 열려…“실험동물법 개정해야”

입력 | 2019-04-27 14:09:00

"개복제 사업 사회적 논의도 없이 진행"
"실험동물법, 교육기관도 대상으로 해야"
메이 친구 페브·천왕이는 여전히 서울대




“굿바이 메이”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실험견 ‘메이’의 추모식이 열렸다. 메이는 서울대학교 수의대 이병천 교수의 연구실에서 실험에 이용되다가 학대를 당해 숨진 의혹을 받고 있는 비글종 복제견이다.

메이 사건을 고발한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날 추모제에서 대학교 등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현행 실험동물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메이와 함께 실험을 당한 다른 실험견 ‘페브’와 ’천왕이‘ 구조를 향한 목소리를 냈다.

추모제에는 ’동물실험이 아니라 동물학대입니다‘, ’메이데이 실험비글 살려주세요‘ 등 실험견들의 실상을 알리는 사진이 전시됐고, 주말 광화문 광장을 찾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복제견 한마리가 태어나기 위해 최소한 10마리의 개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희생된 개들만 수만마리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개복제 사업에 대해서는 그간 사회적 논의가 없었다. 사회적 논의도 없이 한 교수의 논문과 주장에 의해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복제 사업을 진행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검역견→실험견으로…메이, 7년의 삶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메이는 이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에서 2012년 10월 탄생한 복제견이다. 이후 농림부 검역본부로 이관돼 2013년부터 5년 간 인천공항에서 검역탐지견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은퇴했다.

메이는 은퇴 직후인 지난해 3월 다시 이 교수의 연구팀으로 돌아갔다. 같은 일을 하던 복제견 페브, 천왕이와 함께다. 이 교수가 검역기술고도화를 위한 스마트탐지견 개발 연구를 목적으로 농림부에 이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메이는 그러나 지난해 11월21일 농림부 검역본부에 잠시 돌아오게 된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불과 8개월 만에 온몸에 뼈가 그대로 드러났고 생식기가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온 채 걷지도 못했고 사료를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는 가운데 코피를 쏟기도 했다”고 당시 메이의 상태를 설명했다.

검역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메이를 데려온 서울대 수의대 관계자는 “돌아가면 안락사를 할 것”이고 “메이와 함께 데려간 두 마리의 상태도 메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 교수가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연례 동물상태 및 시설 점검 기간을 피해 메이를 잠시 돌려 보냈다고 보고 있다.

메이는 같은달 28일 일주일 만에 다시 서울대로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2월27일 결국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법 위반‘…이 교수 겨누는 학교·정부·검찰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 교수와 서울대에 도사견을 공급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개농장주 안모씨를 동물학대 등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동물보호법 제24조에 따르면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사역하고 있거나 사역한 동물에 대한 동물실험은 금지돼있다.

이 교수의 실험견 학대 의혹이 불거지자 서울대학교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통한 자체 조사에 나섰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1차 조사에서 관련 의혹이 규명되면 이 교수는 학교의 징계 절차를 따를 전망이다.

서울대는 이와 함께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교수 연구팀의 스마트탐지견 개발 연구를 멈추게 했다. 이 교수가 맡았던 실험동물자원관리원 원장 직무도 정지했다.

정부 역시 이 교수 연구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당 연구팀과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필요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한편 이 교수는 자신의 팀 소속 사육사를 동물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이 교수는 해당 사육사의 동물학대를 뒤늦게 알게 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