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뒤덮은 도심. 뉴시스
매년 4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유럽지구과학총회(EGU)에서는 지난 수년간 ‘아시아의 대기오염’ 이라는 주제의 세션이 열려왔다. 물론 말이 아시아이지 대부분의 발표는 중국의 대기오염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된다. 이 세션의 조직위원들은 영국, 독일, 중국 학자들이 맡고 있으며 과학적인 중요도와 사회적인 관심 등을 고려해 발표자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처럼 최근 들어 세계 어느 학회든 중국 학자들의 참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올해 통계를 살펴보니 EGU 참석자 중 중국은 독일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참석자를 보낸 나라였다.
외교 채널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중국에서 온 학자들은 자신들의 대기오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상당히 객관적으로 토론했다. 이는 비단 EGU 뿐 아니라 미국지구물리학회(AGU)에서도 지난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모습이다.
지표면의 오존 오염 문제는 194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처음 확인됐다. 오존은 미세먼지와는 다르게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이기 때문에 당시 증언 중에는 ‘왜 아이들에게 갑자기 호흡기 장애가 일어나고 눈이 아파 눈물을 흘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라는 증언이 있을 정도였다.
이후 오존은 사람의 활동에 의해 직접 배출되는 물질이 아니고 질소산화물이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대기 중에서 햇빛에 의한 광화학 반응이 진행되면서 만들어지는 산화부산물 임이 밝혀졌다. 따라서 주로 늦봄과 여름 같이 햇빛이 강한 날 농도가 높아지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다.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시민들이 야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시기와 겹쳐 있기도 하다.
반응 부산물로 생성되는 미세먼지의 경우 질소산화물이나 이산화황 같은 미세먼지의 재료가 되는 전구물질의 배출을 줄이면 미세먼지 생성률이 줄어 농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표면 오존의 생성은 전구물질의 농도와 비선형적인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전구물질의 배출을 줄인다고 해도 오존의 농도가 쉽게 줄어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금 줄여서는 오히려 오존의 농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70년간 LA 지역에서는 미 연방정부의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오존 전구물질 배출 규제 정책을 통해 오존 농도를 지속적으로 낮추어 왔다. 하지만 여전히 LA 지역은 미국 전체에서 오존 오염이 가장 심한 지역이다. 이에 더해 지난 3년간 평균 오존 농도가 다시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면서 환경 정책 당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오존 문제를 자각하기 시작한 중국뿐만 아니라 오존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70년간 노력해온 LA 지역에서도 여전히 완전한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고 진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오존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4월 중후반부터 오존주의보가 발령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미 대기질 공동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표면 오존의 농도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추측을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산림의 반응성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량이 상당히 높아 적은 양의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만으로도 오존 생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길어지는 여름철 또한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온도가 높아지면 오존을 만드는 화학 반응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면한 미세먼지 저감 문제뿐만이 아닌 오존 생성까지 고려한 통합적인 정책 및 연구 과제의 개발이 요구된다. 이에 더해 장기간의 대책의 꾸준한 집행만이 대기오염 저감의 해결책임을 주지하고 임기 내에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 하겠다는 고집을 버리고 과학에 기반한 정확한 정책의 방향 제시가 정치권의 임무임을 잊지 말 것을 주문한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