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금리 역전… 불황 신호탄 “금리 내려 불씨 살리자” 요구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더 급해”… 이주열 한은 총재 여전히 부정적 2분기 경기 반등 여부가 변수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1∼3월) ―0.3%의 역성장세를 보이면서 금리인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돈을 풀어서라도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금리인하 가능성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직전 거래일인 26일 기준 연 1.72%로 기준금리인 연 1.75% 아래로 떨어졌다. 한은이 이달 25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적표를 발표한 직후 국고채 금리가 초단기 금리인 기준금리 수준 밑으로 하락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 장단기 금리 수준이 뒤집히는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의 신호이거나 금리인하를 예고하는 신호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한은의 마이너스 성장률 발표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이 인하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낮춰 잡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일본 노무라증권은 “한은은 2020년 1분기 말까지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낮춰 연 1.25%까지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최근 내놓은 경기부양책만으로는 경기 역풍을 막아내기 어려워 정책 결정자들이 거시경제정책 측면에서 공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1분기 성장률 쇼크가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2분기(4∼6월)에도 우리 경제가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 시장의 금리인하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추경안이 국회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통과가 되더라도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지금은 한은이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더라도 하반기에는 인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