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친환경 빨대 나와
커피찌꺼기빨대는 물에 오랜 시간둬도 눅눅해지거나 부러지지 않는다. 스노우맨 제공
2015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중미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구조된 바다거북의 모습을 담은 8분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한쪽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채 괴로워하는 거북을 인근을 지나던 해양학자들이 발견해 빨대를 뽑아주는 모습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영상은 단순히 충격만 준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일상생활에서 아무렇게나 쓰고 버리던 플라스틱 빨대가 영구 퇴출 대상 1순위에 오른 것이다. 각국 정부는 앞다퉈 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만 스타벅스 맥도널드를 포함해 40곳이 넘는다.
수천 년간 사용해온 빨대 자체를 일상에서 퇴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빨대는 기원전 5000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살던 수메르인이 맥주를 찌꺼기 없이 마시기 위해 짚으로 만든 것이 시초다.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음료의 맛과 온도를 확인하고, 흘리지 않고 마시기 위해 사용하는 등 용도가 확대됐다. 플라스틱 빨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처음 등장했다. 잘 썩는 천연재료 대신 오래 쓰고 값싼 석유화학 제품이 대량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매체 솔리드웨이스트앤리사이클링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연간 1825억 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소모되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과 기업들은 안 썩는 플라스틱 대신 잘 썩는 생분해성 재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기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는 현상을 활용해 완전히 분해되는 빨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종이부터 쌀, 옥수수전분, 파스타 등 다양한 생분해성 재료들로 만든 빨대 제품들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친환경 기술을 표방한 벤처기업들도 플라스틱을 대체할 빨대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벤처회사인 스노우맨은 커피 찌꺼기를 재료로 빨대를 만들었다. 원두에서 커피를 내리면 99.8%는 찌꺼기로 남는데 대부분 그냥 버려진다. 커피 찌꺼기에는 탄소와 질소, 인이 풍부해 퇴비로 쓸 만큼 친환경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그냥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는 한 해 13만 t에 이른다. 김병용 스노우맨 대표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와 함께 커피 찌꺼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생분해성 빨대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빨대는 사용 후 1년 안에 모두 썩어 땅에 흡수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빨대 퇴출 움직임과 함께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세계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2018년 30억 달러(약 3조4764억 원)에서 2023년 61억 달러로 연평균 15.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바이오플라스틱협회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생산량은 2022년 108만6000t으로 2017년보다 50%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친환경 빨대는 아직까지 기술적 한계가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부터 전국 1200여 개 매장에 종이 빨대를 전면 도입했지만 물을 먹어 눅눅해지거나 종이가루 같은 이물질이 나온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옥수수 전분 빨대도 부러지는 한계가 있고 우뭇가사리 역시 장기간 물에 놔두면 녹는다. 영국의 빨대 공급 업체 트랜센드 패키징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업계가 발전하면 제품도 진화하듯 원재료가 개선되면서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