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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때려잡기식 적폐청산에 경종 울린 박찬주 뇌물죄 항소심 무죄

입력 | 2019-04-29 00:00:00


공관병에게 갑질을 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가 뇌물 혐의로 구속됐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에 대해 26일 항소심에서 뇌물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장이 한 고철업자로부터 760만 원의 접대를 받았다며 기소했으나 1심은 184만 원만 뇌물로 인정했고 항소심은 그마저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부하의 인사 청탁을 들어준 혐의에 대해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던 박 전 대장이 2017년 7월 언론에 부각된 것은 그가 공관병을 부당하게 부려먹었다고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가 폭로하면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군대 갑질 문화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했고, 군 검찰은 박 전 대장을 형사 입건했다. 박 전 대장은 최소한 군복은 더럽히지 않겠다며 전역해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자 했으나 국방부는 그를 ‘불명예 전역’시키기 위해 ‘정책 연수 파견’이라는 임시보직까지 만들어 전역을 막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박 전 대장이 군인사법에 따라 자동 전역됐다고 봤고 그는 비로소 민간법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게 됐다.

군 검찰은 박 전 대장의 공관병 갑질 의혹은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혐의로 종결했다. 그러나 별건(別件) 수사에 착수해 박 전 대장의 과거를 샅샅이 뒤져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별 넷은 임관 후 37년간 쌓아온 명예를 하루아침에 실추당하고 국방부 헌병대 지하 영창으로 끌려가 석 달을 보냈다. 그는 “영창에서 적군 포로로 사로잡힌 것 같은 굴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전 대장 사례는 현 정부 초기 적폐청산이 몰아치기식으로 진행되면서 빚은 폐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적폐청산을 빌미로 공직자가 수십 년 쌓은 명예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뻔한 것이 박 전 대장만이 아니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 한 친여 매체가 터뜨린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쫓겨나고 기소됐으나 지난해 10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적폐청산이 누군가를 불명예스럽게 쳐낸 뒤 자기 사람을 심고 그것을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그것 자체가 심각한 적폐다. 이제는 적폐청산이 표적사냥식, 때려잡기식으로 변질됐던 대목들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