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현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 성장의 엔진인 기업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된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고, 설비투자는 ―10.8%로 21년 만에 가장 크게 줄어든 데 따른 진단이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상장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어두움을 더한다. 25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67곳의 영업이익은 총 19조26억 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41.5%나 줄었다. 전자 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의 부진이 뚜렷했고 기업 10곳 가운데 3곳은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어닝쇼크’ 수준이었다. 금융시장에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초단기 금리인 기준금리보다 하락하면서 다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번졌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지만 1500조 원을 넘는 가계부채가 고민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성장률을 0.1%포인트라도 끌어올리겠다고 했으나 이것만으로 역성장한 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경영학회 한국경제학회 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융합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잉 규제로 경제가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쓸모없는 규제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이었다. 규제 혁신을 통해 신산업이 융성하고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기업 투자 활성화와 규제 완화에 한국 경제의 생사가 달렸다는 절박감을 갖고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