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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일대일로, 국제규범 준수… 74조원대 새 프로젝트 합의”

입력 | 2019-04-29 03:00:00

국제협력 정상포럼 폐막회견서 천명
국제사회 ‘채무 함정’ 비판 의식… 지속가능 융자-환경보호 등 밝혀
“개도국 원조는 경제대국의 의무”… 中세력권 확대 명분쌓기 나서




“국제규범과 표준을 적극적으로 따를 것이다.” “(일대일로 협력국에 대한) 융자(차관 및 대출) 통로를 확대하고 융자비용(이자 부담)을 낮출 것이다.” “청렴하고 환경 우호적인 신(新)시대 실크로드를 만들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7일 베이징(北京) 북부 휴양지 옌치후(雁栖湖)에서 열린 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폐막 기자회견에서 향후 일대일로 관련 약속을 쏟아냈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주변 국가들을 연결하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다. 시 주석은 26일 포럼 개막식 연설에 이어 이날 37개국 정상과의 공동성명에서도 국제규범 준수, 지속 가능한 융자, 환경보호, 반부패·청렴, 현지 민생 발전에 기여 등을 다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할 때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협력국에 과다한 채무를 떠안기며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다는 의도적인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중국 국무원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시 주석이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제스처는 2013년 처음 일대일로를 제창한 뒤 공세적인 확장에 치중했던 것과는 다른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일부 수용해 새로운 약속을 내놓으면서 일대일로를 전 세계로 확장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중국이 이번 포럼을 계기로 일대일로가 저개발국, 개발도상국을 원조하는 경제 대국의 책임과 의무라고 강조하고 나선 배경도 주목된다.

시 주석은 26일 개막식 연설과 27일 폐막 기자회견에서 일대일로의 목표를 “개도국들이 직면한 발전 지체 현상을 해결할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고 빈곤을 벗어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해 온 정융녠(鄭永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25일 포럼 개막 전 행사인 ‘싱크탱크 교류’ 회의에서 “일대일로는 중국이 국제사회에 제공하는 공공재”라고 주장했다. 기자와 만난 중국 정부 당국자도 “개발도상국을 돕는 중국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일대일로를 이윤 추구에서 ‘원조’로 새롭게 규정해 확대 명분을 쌓으면서 개도국 중심으로 중국 세력권을 형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27일 “포럼 기간 640억 달러(약 74조 원)의 새 일대일로 프로젝트 합의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주석이 쏟아낸 약속만으로 일대일로가 국제사회의 우려를 떨쳐내고 원조 공공재 역할이나 개도국 발전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중국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34억 달러(약 3조9500억 원)를 투자해 대규모 ‘중국 무역시장’ 등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두바이를 중동, 아프리카뿐 아니라 유럽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무역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UAE 일간 더내셔널 등에 따르면 건설 규모는 55만7400m²에 달한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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