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 성신여대 교수·발레무용가
생각해보면 예술에는 완전한 희극도, 비극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이 비극으로 다가오는 것은 두 사람의 찬란한 젊음과 사랑의 기쁨이 죽음과 극명히 대비됐기 때문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에서 황량하고 짙은 파란색 위에 밝게 빛나는 별들로 어두움과 밝음을 함께 그려놓았다. 고흐에게 밤하늘과 별은 결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복합적인 정서였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우리는 스스로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인간의 삶을 그대로 간직하는 예술도 감정의 희비가 엇갈리며 서사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그 불완전한 감정의 균열에 공감하며 울고 웃는다. 비애와 환희의 연속인,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로 뒤범벅된 인생살이 그 자체가 예술의 정수인 셈이다.
우리 인생에서도 스스로를 절망 끝으로 밀어 넣기도 하고, 동시에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리게 하는 것들이 한 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브란은 우리가 마음을 비울 때만이 비로소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서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둘은 결코 서로 나뉠 수 없는 것이기에 당장 비애를 느끼더라도 슬픔에 잠길 필요도, 환희에 넘쳐도 자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각자의 예술작품의 주인공으로서 움켜쥐고 싶은 무언가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묵묵히 주어진 일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 지브란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의 열쇠이지 않을까. 기쁨과 슬픔은 언제나 우리의 욕망을 무게추 삼아 함께 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