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이처럼 최근 들어 세계 어느 학회든 중국 학자들의 참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올해 통계를 살펴보니 EGU 참석자 중 중국은 독일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참석자를 보낸 나라였다.
외교 채널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중국에서 온 학자들은 자신들의 대기오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상당히 객관적으로 토론했다. 이는 비단 EGU뿐 아니라 미국지구물리학회(AGU)에서도 지난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모습이다.
지표면의 오존오염 문제는 194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처음 확인됐다. 오존은 미세먼지와는 다르게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이기 때문에 당시 증언 중에는 ‘왜 아이들에게 갑자기 호흡기 장애가 일어나고 눈이 아파 눈물을 흘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라는 증언이 있을 정도였다.
이후 오존은 사람의 활동에 의해 직접 배출되는 물질이 아니고 질소산화물이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대기 중에서 햇빛에 의한 광화학 반응이 진행되면서 만들어지는 산화부산물임이 밝혀졌다. 따라서 주로 늦봄과 여름처럼 햇빛이 강한 날 농도가 높아지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다.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시민들이 야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시기와 겹치기도 한다.
반응 부산물로 생성되는 미세먼지의 경우 질소산화물이나 이산화황 같은 미세먼지의 재료가 되는 전구물질의 배출을 줄이면 미세먼지 생성률이 낮아져 농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표면 오존의 생성은 전구물질의 농도와 비선형적인 관계인 것으로 드러나 있다.
즉, 전구물질의 배출을 줄인다고 해도 오존의 농도가 쉽게 줄어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금 줄여서는 오히려 오존의 농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70년간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는 미 연방정부의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오존 전구물질 배출 규제 정책을 통해 오존 농도를 지속적으로 낮추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이 지역은 미 전체에서 오존 오염이 가장 심한 지역이다. 이에 더해 지난 3년간 평균 오존 농도가 다시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면서 환경 정책 당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당면한 미세먼지 저감 문제뿐만이 아닌 오존 생성까지 고려한 통합적인 정책 및 연구과제의 개발이 요구된다. 이에 더해 대책의 장기적이고 꾸준한 집행만이 대기오염 저감의 해결책임을 주지한 뒤 임기 내에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고집을 버리고 과학에 기반한 정확한 정책 방향의 제시가 정치권의 임무임을 잊지 말 것을 주문한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