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미래다]<8> LS산전의 에너지 절감 마법
지하 컨트롤타워서 통합관리 경기 안양시의 LS산전 연구개발(R&D)캠퍼스 지하에 있는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통합운영센터 모습. 이곳에선 빌딩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의 사용량과 절감량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제어한다. LS산전 제공
15일 방문한 경기 안양시 LS산전 안양 연구개발(R&D)캠퍼스. 지하 3층, 지상 9층짜리 이 건물은 겉보기엔 주변 건물과 별 차이가 없지만 내부에는 특별한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
빈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등 스위치를 켤 필요 없이 자동으로 불이 들어왔다. 문을 닫고 회의실을 나오면 불은 다시 자동으로 꺼진다. 사무실과 회의실마다 설치된 내부 센서가 직원들의 출입 여부를 인식해 조명을 켜고 끄는 것은 물론이고 냉난방 장치까지 제어해 실내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7층 이상 고층 창가에 설치된 블라인드는 일조량과 실내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직원들의 쉼터 공간인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과 실시간으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알려주는 계기판이 설치돼 있다.
‘똑똑한’ 에너지 관리의 비밀은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통합운영센터에 있었다.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은 에너지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차세대 기술로 공장, 건물 내 에너지 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통합 시스템을 의미한다. 건물이나 공장의 에너지 사용을 한 치의 낭비 없이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안양 R&D캠퍼스에 적용된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 기술은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준공 이듬해엔 에너지공단이 국내 첫 BEMS 건물로 지정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그린빌딩 공모전인 ‘APIGBA’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연영호 LS산전 연구지원팀장은 “스마트그리드 시대의 전초 단계로 스마트 에너지 기술을 집약한 빌딩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라며 “연간 에너지 사용량 10%, 온실가스 12TOE(석유환산톤)의 감축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양 R&D캠퍼스는 에너지 사용량 절감량 등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공유해 직원들의 솔선수범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연 팀장은 “실험장비 사용량, 컴퓨터 사용량 등 개인 에너지 소비 패턴을 빅데이터화해 제공함으로써 직원 스스로 합리적 에너지 소비를 하는 데 앞장서는 효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청주2사업장은 또 2017년 4월 기존 태양광 2MW 발전설비에 1MW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해 필요한 전기는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고 있다. LS산전 측은 청주사업장 기준으로 기존 태양광 발전의 연간 전력 판매 매출을 약 5억7000만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LS산전은 전체 건물 에너지 사용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공장과 산업체를 비롯해 대형 빌딩과 백화점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정부도 2017년부터 신축 공공기관에 BEMS 설치를 의무화했다. 연간 100여 개 건축물에 적용돼 매년 약 200억 원 규모의 신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리서치’는 전 세계 BEMS 시장이 2012년 18억 달러(약 2조1000억 원)에서 2020년 6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로 연 15.6%씩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 팀장은 “이미 BEMS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은 만큼 글로벌 스마트 빌딩 시장으로 공략 대상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양=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