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충돌]사개특위 극한 대치 배경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 안건은 선거제도 개편안(공직선거법) 등 3종 패키지로 돼 있다. 하지만 지난주 7년 만의 국회의 물리적 충돌을 유발한 법안은 다름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이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28일 “법률 내용 자체도 여야가 해결하기 어려운 쟁점들이 많은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법안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타협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 “고위직 비리 근절” vs “친문(親文) 수사처”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근본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대목은 공수처의 설치 여부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돼 온 검찰, 경찰을 벗어나 중립적으로 설계된 새 기관으로만 공직 비리를 근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바른미래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어 온 주장도 일부 양보하고 공수처의 기소 범위를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로 축소했다. 어떻게든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여야 4당 합의안엔 ‘7인의 공수처장추천위원회에 국회의장이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추천하고,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 직접 수사 대상을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등 중요범죄’(검찰청법 4조)로 제한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등 중요 범죄’라는 문구가 확장 해석될 수 있다”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강제 사임되기 직전까지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패스트트랙 지정 대기 중인 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된 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에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여당안은 검찰이 여전히 주요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만 검사가 제한된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그 밖에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등의 쟁점에선 민주당은 경찰 쪽에, 한국당은 검찰 쪽에 기울어진 안으로 대립하고 있다.
○ 내년 총선 PK 전략과도 맞닿아있는 공수처
정치권에선 공수처를 둘러싼 여야 대립은 법안 내용 못지않게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공방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내년 총선 때 집권 4년 차를 맞는 민주당으로선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인 ‘권력기관 개혁’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무리를 해서라도 공수처 설치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거꾸로 한국당 안팎에선 공수처가 설치될 경우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거 전략 차원에서도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수석은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경남(PK)에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