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일관계]불안에 떠는 在日 한국기업-교민
“이번 한일 갈등의 특징은 한국 국민 이상으로 일본 국민이 감정적으로 격앙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법 판단만 존중되고, (강제징용 관련 일본 기업들이 재산 피해를 입는) 일방적 조치가 취해지면, 일본 국내에서 혐한파가 압도적 다수가 될 것이다. 그게 무섭다.”(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
한일 관계 악화는 양국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그 정도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에 압도적으로 불리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경제적으로는 이제 우려 수준을 넘어 재일 한국 기업들과 교민들의 실생활에도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베 총리다. 일본과 대립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 외교에 전략성을 느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될 때 중재에 나서곤 했던 미국의 역할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 때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한국 편을 들어주는 듯한 모양새를 취해 한일 간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봉합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이익에만 집중하고 있다. ○ 어려움은 모두 한일 민간의 몫
일본에서 반한 감정이 높아지면 기업 대 고객(B2C) 사업을 벌이는 한국 기업부터 피해를 입는다. 소비자들이 한국 상품을 하나둘 외면하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문제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진로재팬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나 교류 행사가 무산되기도 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한일 스타트업 간 교류 행사를 추진했다. 그는 “최근 주한 일본대사관 측에 교류 행사 이야기를 꺼냈더니 ‘지금 한일 관계가 워낙 안 좋아서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며 “결국 교류 행사는 없던 일이 됐다”고 전했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의 대형 의류회사 홍보실에 다니는 직원 A 씨는 매일 아침 한국 뉴스부터 챙겨 본다. 혹시라도 한국에서 자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지 않는지 체크하기 위해서다. 그는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몰라 매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본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 투자를 검토하던 일본 기업들이 최근 투자 검토를 많이 접고 있다. 아무래도 한일 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한(對韓) 직접투자는 2014년 24억9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3억 달러로 줄었다. 직접투자는 이미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급감한 적이 있다. 2012년 45억 달러이던 직접투자 규모는 다음 해 26억 달러로 줄었다. 여기에다 양국 간 협력의 상징이던 한일 통화스와프도 2015년 2월 종료 이후 아직 복원되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경쟁자이면서 파트너이기도 했던 한일 양국의 경제 협력이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적 파장이 과거 경험하지 못한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가능성도 잠복해 있는 셈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배석준·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