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까talk]스탠 리 어록으로 분석한 ‘우리가 어벤져스에 열광하는 이유’
○ “히어로는 어른들의 동화, 사람들은 입체적인 히어로를 원한다”
스탠 리는 히어로가 대중에게 사랑받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요소를 ‘공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히어로들도 돈이 없을 수도, 가족 간 불화가 있거나 연애가 잘 안 풀릴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와 같은 것을 경험하는 히어로를 원한다”고 말했다.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는 히어로들은 정작 보통 사람들 같은 고민을 안고 산다. 소중한 친구를 잃었거나(캡틴 아메리카), 사고뭉치 동생과 갈등을 겪고(토르), 자신의 근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스타 로드).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한국에서 아이언맨이 특히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아이언맨은 부유하지만 신체적으로 결함을 가진 히어로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늘 유머를 잃지 않고 삐딱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모습은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사랑한 영웅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개성 강한 히어로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평범한 ‘동료애’다. 나무(그루트)나 너구리(로켓)까지도 마침내 끈끈한 가족이 되는 이유는 이들이 서로와 타인을 위해 언제든 희생을 할 수 있는 히어로로 함께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사가’는 마블의 히어로들이 초능력을 가져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기 때문에 사랑받았다는 것을 10년 동안 증명해 왔다.
원작 만화는 아시아인과 흑인을 포함한 모든 인종, 여성, 성소수자에게도 열려 있었다. 영화에서도 다양한 범주의 마이너리티들이 등장한다. MCU 서사의 중심 영웅 캡틴 아메리카조차 ‘퍼스트 어벤져’에 등장한 첫 모습은 소년같이 왜소한 군인이었다.
마블의 향후 10년은 여성(캡틴 마블)과 흑인(블랙 팬서), 그리고 좌충우돌하는 10대(스파이더 맨)와 같은 기존의 히어로 공식을 깬 ‘마이너리티’에 달려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흑인인 팔콘에게 전달되는 장면과 타노스에 맞서며 캡틴 마블과 발키리 등 여성 히어로들이 한 스크린에 모이는 장면은 그만큼 상징적이다.
‘블랙 팬서’는 최초의 흑인 히어로로 미국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캡틴 마블’이 페미니즘 논란과 별개로 개봉 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마블이 단순히 ‘마이너리티’라는 니치 마켓을 겨냥하기 위한 얄팍한 전략을 쓴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관객들은 언제나 ‘언더도그(약자·패배자)’ 스토리에 마음을 연다. 마블의 미래는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히어로들이 어떤 조화를 만들어낼지가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 “나조차도 마음이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다”
각 시리즈의 초기 작품들은 캐릭터와 서사에 집중해 관객들이 충분히 스토리라인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시리즈가 이어지며 ‘쉴드’의 수장 ‘닉 퓨리’ 캐릭터가 개별 작품의 연결고리가 되고 각 캐릭터들이 각각의 영화를 넘나들며 관객들은 실제 자신이 MCU의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만화책뿐 아니라 TV 시리즈 ‘에이전트 카터’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된 스토리는 영화를 보는 팬들에게 다층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그 전략의 중심에는 원작 만화의 열정적 팬인 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 사장이 있다. 마블은 그와 함께하며 스탠 리의 모토 ‘엑셀시오(excelsior·더욱더 높이)’처럼 비상해왔다. 백 책임편집자는 “마블은 케빈 파이기를 중심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MCU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그것이 DC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국내 소개 시리즈 총 4편… 누적 관람객 4000만 넘을 듯 ▼
24일 개봉 이후 매일 평균 100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엔드게임’(엔드게임)이 개봉 5일 만에 약 600만 명의 관객이 관람하며 연일 흥행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4일째인 27일 관객 수 148만9083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4일 ‘신과 함께-인과 연’이 기록한 역대 하루 최다 관객 수 146만6225명을 뛰어넘은 수치다. 엔드게임은 24일 개봉과 동시에 134만 명이 관람한 데 이어 이틀째 누적 200만 명, 사흘째 누적 300만 명을 각각 돌파했고, 나흘째에 누적 관객 470만7423명을 기록했다. 개봉 5일째인 28일 사전 예매한 관객만 115만 명에 달했으며, 개봉 후 첫 주말인 만큼 600만 명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흥행이 아니다. 미국의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24일 전 세계 25개국에서 개봉한 첫날 수익으로만 약 1억6900만 달러(약 1958억 원)을 벌어들였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개봉일인 24일 0시 첫 상영 회차에 몰린 엔드게임 관람객만 304만 명에 달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어벤져스 시리즈는 총 3편이다. 2012년 ‘어벤져스’가 707만 명을 기록한 데 이어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1049만 명, 지난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1121만 명을 기록해 누적 관람객 수만 2877만 명에 이른다. 영화계에선 매일 100만 명가량이 찾는 엔드게임의 흥행까지 합쳐진다면 4000만 명 이상이 어벤져스 시리즈를 관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스크린 수 독점’이라는 비판적인 기록도 함께 세우고 있다. 엔드게임은 개봉일에만 전국의 스크린 2760개에서 1만2545회 상영됐다. 상영점유율은 80.9%, 좌석점유율은 85%에 이르렀다. 주말인 27일에는 2832개로 늘어나는 등 기념비적인 흥행 기록과 함께 ‘한국 영화계의 다양성 위축’ 논란도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