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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DNA’를 심어라

입력 | 2019-04-30 03:00:00

500년 장수 가문 경주 ‘최 부자’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 내다보고 소작농 주인의식 길러 생산성 높여
21세기 ‘상생경영’ 선택 아닌 필수… 국내 기업, 협력사 지원 적극 나서



동아일보DB


기술 발달로 비즈니스 생태계의 상호의존도가 높아진 요즘 ‘상생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상생경영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과 승자독식에서 벗어나 노사, 협력업체, 고객, 투자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성장하는 경영 전략이다. 실제로 21세기 들어 기업의 성과는 비즈니스 생태계 안의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협력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역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주 최 부자 가문의 500년 장수 비밀은 상생경영이었다. 최씨 일가는 소작농과의 분배 비율을 7 대 3에서 5 대 5로 바꿨다. 소작농의 주인 의식을 높이는 게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걸 간파해서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상생경영을 통해 최 부자 가문은 오랫동안 만석꾼 지위를 유지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상생경영은 재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협력사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엔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경쟁력 있는 파트너사 발굴을 위해 미래를 보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대기업들도 많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우리은행과 함께 1조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자금이 필요한 협력사에 저리로 대출해 주고 있다. 협력사들의 인적 역량 개발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2013년 ‘상생협력 아카데미 교육센터’를 만들어 삼성전자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교육을 협력사 임직원에게도 지원하고 있다. 삼성의 현장 노하우를 협력사에 전수하기 위해 20년 이상의 현장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이들이 전담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핵심 부품 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협력사들의 성장을 돕는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소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경영 안정을 위한 자금 지원과 친환경차·미래차 부품 육성 지원 등 1조7000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 동반성장 선언을 계기로 ‘협력사 연구개발(R&D) 기술지원단’을 구성하고 2011년부터 본격적인 협력사 기술 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은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사회적기업가 육성 △자본시장 형성 △창출한 사회적가치 측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을 위해 2012년 KAIST와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개설했다. 사회공헌 전문 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을 만들어 8개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400개에 달하는 파트너 사회적기업에 임팩트투자, 판로 지원, 인센티브 지원 등을 하고 있다. SK의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 노력은 국내 최초의 사회적기업 전용 민간 펀드 결성으로 이어졌다. SK는 2017년 12월 사회적기업 전용 펀드인 ‘사회적기업 전문사모 투자신탁 1호’ 설정 및 첫 투자자로 참여했다.

LG그룹은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스타트업을 위한 개방형 연구공간을 만들고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개방형 연구공간에서는 연구개발(R&D) 컨설팅,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지도 및 연구 인프라 등을 제공한다. 현재 스타트업 컨시더씨, 퍼널 등이 입주해 있고, 향후 유망 스타트업을 지속 발굴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국내외 협력사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돕기 위해 400억 원을 조성해 무이자로 대출해 주고 있다. 2011년부터 협력사의 역량 강화에 필요한 과목 73개로 구성된 ‘LG전자 동반성장 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다.

롯데그룹은 스타트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6년 2월 창업보육기업인 ‘롯데액셀러레이터(LOTTE Accelerator)’를 설립해 선발된 스타트업에 초기 자금 및 각종 인프라,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는 우수 스타트업 기업 20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공유주방 서비스 스타트업인 ‘심플프로젝트컴퍼니’에 15억 원을, 모바일 보험 통합 솔루션을 선보인 ‘보맵’에 20억 원을 투자했다. 롯데그룹은 스타트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원책을 마련해 창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직·간접적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방침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