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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후 남는 1회용품 쓰레기, 줄이기 나선 배송 유통 업계

입력 | 2019-04-29 16:12:00


지난 2019년 4월 22일, 통계청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몰 식품 거래액은 2015년 6조 7,000억 원에서 2017년 11조 8,000억원으로 76% 증가했다. 이와 함께 2015년 약 1,00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새벽배송 서비스(이하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4,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배달 서비스 이용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새벽배송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2.7%가 새벽배송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 이상(53.1%)은 새벽배송을 이용해봤다. 주로 여성(남성 49.5%, 여성 55.6%)과 20~30대 젊은 층(20대 65.2%, 30대 58.6%, 40대 50%, 50대 40.2%) 이용경험이 많은 편이다.

또한, 1인 가구 구성원(1인 가구 67.5%, 2인 가구 53.2%, 3인 가구 52.2%, 4인 이상 가구 50%)과 취업주부(전업주부 49.4%, 취업주부 59.4%)가 상대적으로 새벽배송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혹자는 새벽배송이 쇼핑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새벽배송은 유통업계 전 품목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밤에 잠들기 전 주문하면 내일 아침 일어나기 전에 받을 수 있는 시대다. 새벽배송을 대중 속에 빠르게 인식시킨 업체는 ‘마켓컬리’다. ‘신선식품 샛별배송’으로 마켓컬리가 시장을 열었고, 쿠팡이 뒤이어 뛰어들었고, 이마트(신세계), 헬로네이처(BGF), 티몬, GS리테일, 롯데, 동원 등 대형 유통기업 및 대기업들도 경쟁에 가세했다.

새벽배송을 대중들에게 알린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출처: 마켓컬리

GS리테일은 2017년 7월, ‘GS프레시’를 내놓으며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을 선보이며 새벽배송을 시작, 주문량은 2018년 1년 동안 3배 증가했다. 새벽배송을 위해 수도권과 경기도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5곳을 운영 중이다.

BGF가 운영하는 헬로네이처도 해마다 2배씩 성장하고 있다(매출 기준). 2018년 매출 163억 원을 달성한 뒤, 올해 매출목표는 전년보다 2배 이상 높였다. 헬로네이처는 지난 2월 부천에 1,400평 규모의 신선물류센터를 열었다. 이마트는 '쓱배송 신선식품'을, 롯데쇼핑은 롯데슈퍼의 ‘롯데프레시’를, 쿠팡은 ‘로켓프레시’를 내놓고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편리함 속에 감춰진 불편함

업계는 새벽배송이 유통, 물류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식음료업체는 출근 전 밥을 거르지 않아도 되는 '아침 식사' 풍경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우려도 있다. 전통시장은 물론 대형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들은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술의 발전과 유통/물류의 효율화를 통해 사용자들의 편의성이 지속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새벽배송의 등장과 함께 새롭게 부각되는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식료품을 신선하게 배송한다는 명목으로 ‘스티로폼’, ‘은박보냉팩’, ‘에어백’, ‘포장비닐’ 등 1회용품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것. 이는 정부, 시민단체 등이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1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현상이다.

은박보냉팩으로 포장된 야채. 전체 부피의 1/3도 채우지 않은 상태다.

특히, 새벽배송의 대표주자인 마켓컬리는 과도한 1회용품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모든 상품을 재활용하기 어려운 1회용품으로 꽁꽁 싸맸다. 여러 개로 나뉘어 배송된 스티로폼이나 은박보냉팩 속에는 상품이 절반도 차지 않았다. 별도 포장이 필요하지 않은 오이 등 비교적 단단한 야채도 포장비닐로 한 번 더 감쌌다. 쿠팡 로켓프래시도 마찬가지. 더구나 빠른 배송을 표방하다 보니 적은 물건을 그때그때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빈번하게 이뤄지는 개별 포장과 개별 배송으로 인해 더 많은 포장이 필요한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는 두 업체뿐만 아니라 새벽배송 전반에 걸친 문제다.

과도한 포장, 과도한 1회용품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가 논란이 된 이유다. 국내 플라스틱과 종이 등 재활용품 쓰레기 비중은 지난 2016년 3만 2,253톤으로 전체 생활폐기물(4만 8,278톤)의 60% 가량에 이른다. 결론은 하나다.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환경부도 과대포장 방지대책을 마련하며, 하반기 현장 의견과 상황을 수렴해 법적 기준을 신설할 예정이다.

쿠팡의 로켓프레시 역시 포장재가 적지 않다.

1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는 스타트업

문제되고 있는 1회용품 줄이기에 업체들도 공감하며 조금씩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환경 소재 포장재로 변경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마켓컬리는 지난 1월부터 100% 재생지로 제작해 재활용 및 보냉 유지가 가능한 ‘에코박스 V2’를 도입해 냉장 포장재를 개선했다. 친환경 보냉팩도 테스트할 예정이다. 또한, GS리테일도 지난 1월부터 친환경 배송박스를 도입했으며, 함께 동봉하는 보냉팩도 배출 폐기할 수 있는 물로 특수 제작해 폐기 시 봉투를 뜯어 싱크대나 화장실에 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티로폼 박스, 보냉팩 등을 수거하는 서비스도 논의 중이다. 마켓컬리는 2018년부터 스티로폼 및 아이스팩 수거 서비스를 도입해 재활용 업체에 전달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포장재 수거를 위해서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해야만 가능하기에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더 고민해야 한다.

친환경 소재 박스로 배송을 시작한 마켓컬리의 에코박스, 출처: 마켓컬리

현대홈쇼핑도 보냉팩 무료 수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매달 1회씩 첫째주 월요일에 진행되는 '북극곰은 아이스팩을 좋아해' 캠페인 참여 인원을 기존 2,000명에서 4,000명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도 1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에 동참했다. 매일 새벽에 이뤄지는 노량진수산시장 경매에 참여해 좋은 수산물을 직접 구한 뒤, 구매자에게 회를 배송하고 있는 바다드림의 회이팅 서비스다. 수산물, 특히 회는 배송 시간과 안전이 필수다. 회는 0도~5도 사이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고, 구매자 식탁까지 안전하게 원형 그대로를 유지해 배송해야 한다. 때문에 스티로폼, 보냉팩, 비닐, 랩 등 사용되는 포장재가 많다.

회 담는 용기를 종이로 제작한 바다드림의 회이팅 서비스

회이팅을 서비스하고 있는 바다드림의 김영선 대표는 “스타트업이지만, 기존 서비스와 다르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친환경이다. 회를 담는 용기를 친환경 종이로 제작해 작년 여름부터 테스트를 진행했고, 1차 완성품을 만들었다. 용기 옆에 쓰여 있는 글씨도 식용할 수 있는 콩기름으로 만든 잉크다”라며, “플라스틱과 비닐을 지속적으로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습기 때문에 코팅된 종이를 썼는데, 코팅 재질은 재활영이 안되지 않나. 이에 만들었던 것을 전량 폐기했고, 순수 종이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한다.

이어서 김 대표는 “수많은 종이를 테스트한 것 같다. 그렇게 찾은 게 습기에 강한 크라프트지다. 무채를 밑에 깔고, 랩을 한번 씌워서 고객에게 배송한다. 다행히 회 밑에 까는 무채가 살균 기능을 하고 습도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완충제 역할까지 해줘 회 모양도 유지한다”라며, “원가는 일반 플라스틱 용기에 5배 정도된다. 사실 소비자들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길이 맞다고 생각한다. 스티로폼 박스도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 상자로 바꾸는 중이다. 향후 주문량이 늘어나면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는 절감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종이박스 내 코팅도 재활용할 수 있는 재질로 바꾼 바다드림 회이팅 서비스

1회용품 줄이기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 역시 대형마트에서 포장비닐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기 시작한 새벽배송 속에 1회용품 쓰레이기라는 불편함은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을까.

동아닷컷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