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대한제국공사관원 강진희 서양종이에 조선 전통화풍 결합…고종 생일 기념작품 첫 일반공개
1888년 8월 30일 미국 워싱턴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에서 청운 강진희가 고종의 생일을 기념해 그린 승일반송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청운 강진희
“대조선 개국 497년 7월 25일은 곧 우리 임금님의 만수경절(萬壽慶節)입니다. 소신은 주미수원(駐美隨員)이기 때문에 워싱턴 공서에서 상고하여 엎드립니다.”
1888년 8월 30일(음력 7월 25일) 미국 워싱턴의 피셔하우스.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이었던 이곳에서 박정양(1842∼1905) 초대 주미공사 등 관원 10여 명이 고종의 생일 기념 연회를 연다. 박정양의 수행원으로 미국에 간 청운(菁雲) 강진희(1851∼1919)는 이 자리에서 국왕을 뜻하는 붉은 해와 장생을 의미하는 영지, 구름 등을 그렸다. 소나무는 고종이 어릴 적 타고 놀았던 운현궁의 ‘정이품 대부송’과 유사하다. 이것이 서양 종이에 조선 전통 화풍이 결합된 ‘승일반송도(昇日蟠松圖)’다.
초대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원인 강진희가 미국에서 그린 그림이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16일 개막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에 승일반송도와 ‘삼산육성도(_山六星圖)’가 출품된 것. 삼산육성도는 1888년 순종의 생일(음력 2월 8일)을 기념해 신선들과 불로불사의 선약(仙藥)이 있다고 알려진 전설 속 삼신산(三神山)을 표현했다. 구한말 조선인이 미국에서 그린 작품 중 가장 앞선 시기의 그림들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