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에어케(레돔) 씨(왼쪽)와 신이현 작가
“휘이이익 휘이이익….”
점심을 먹고 마당에 나와 한참 차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레돔이 어딘가를 향해 이렇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쉿, 하고 귀 기울여 보라는 표정을 지었다. 삐이이 삐이이, 나무에서 이런 소리가 날아왔다. 새들이 내는 소리였다. 이번엔 오른쪽 끝 나무를 향해 휘파람을 부니 거기서도 찌찌비 찌찌비, 이런 종류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집에 이사 왔을 때 레돔이 가장 먼저 한 것이 새집을 만드는 것이었다. 작은 새가 드나들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뚫린 집부터 중간 크기 구멍, 아주 큰 구멍이 있는 새집 등 10여 개의 새집을 달았다. 그러나 새들은 새집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레돔은 과일과 해바라기 씨들을 놓아주며 ‘세입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한국에는 새집 만들어 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새들이 새집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새집 만드느라 들인 비용과 시간이 아까우며 그의 새 사랑은 무용지물이라고 대꾸했다. 그는 곰곰이 나를 설득할 말을 찾는다.
“새집을 만들어 달면 새가 날아와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잖아. 나뭇가지에 붙은 해충을 잡아먹지. 바닥에 똥을 싸면 나무에게 그대로 거름이 되고 똥 속에 든 씨앗이 새로운 풀을 싹트게 하지. 새집 하나에 적어도 네 개의 득이 돌아오잖아.”
그러나 새들은 씨만 먹고 날아가 버렸다. 간혹 빈 새집에 깃털이 있었지만 살림을 차리지는 않았다. 지난해 봄에는 박새가 그 많은 새집을 두고 우체통에다 알을 까고 새끼를 부화시켰다. 그 박새 가족이 우리 집 터줏대감이 되어 호록거리며 날아다니자 다른 새들이 기웃거리며 빈 새집에 둥지를 하나둘 틀기 시작했다. 새집을 단 지 2년 만에 대여섯 종류의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왔다. 작은 새는 작은 구멍이 있는 둥지, 좀 더 큰 새는 좀 더 큰 구멍이 있는 둥지에 쏙 들어갔다 쏙 나왔다. 해바라기 씨를 한두 알 집어 먹더니 쫑긋쫑긋 둘러본 뒤 나뭇가지에 붙은 뭔가를 톡톡톡 쪼아 먹었다. 그리고 삐리리 삐리리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아 참 귀엽기도 하네. 너희는 언제 나랑 듀엣으로 노래할 거니?”
“새끼가 나오면 가장 먼저 만져볼 테야. 그래서 처음부터 내가 새로 만들어 버릴 거라고.”
신이현 작가
※ 프랑스인 남편 도미니크 에어케(레돔) 씨와 충북 충주에서 사과와 포도 농사를 짓고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