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한 부대 생활관에서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활용하며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손효주 정치부 기자
군 당국은 지난해 4월 1일 4개 부대에 한해 병사의 휴대전화 사용을 시범 허용했고, 이를 점차 확대했다. 시범 운영이라는 전제하에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된 건 29일 현재 한 달째다.
군 밖에선 “탈이 나도 단단히 날 것”이란 시선이 많았다.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 15일 사이 적발된 휴대전화 사용 위반 행위는 905건이었다. 무허가 휴대전화 반입 154건, 불법 도박 12건 등이다. 가장 많은 건 시간(평일 기준 오후 6∼10시) 및 장소(보안 취약 구역 사용 금지) 규정을 어기거나 녹음·카메라 기능을 사용하는 등 ‘사용수칙 위반’(707건)이었다. 육군 야전부대의 한 장교는 “휴대전화 허용 후 축구 등 체육 활동을 하는 병사가 줄었다. 각자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생활관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병사의 휴대전화 사용은 사실 언젠가는 허용될 정책이었다. 2016, 2017년 병사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사례는 각각 4425건, 3420건이었다. 이미 휴대전화가 일상적으로 불법 반입되고 있었던 것. ‘몰래 쓰는 휴대전화’가 불안감을 키워 전투력 저하를 부르는 만큼 이를 양성화해 규정에 맞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스라엘 등 징병제 국가 상당수는 병사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데다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한데도 ‘휴대전화 허용=당나라 군대’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건 군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군 당국은 녹음·카메라 기능을 차단하는 보안통제 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전면 허용했다. 병사들이 영내에서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등 보안을 위반할 여지를 준 셈이다. 일관된 처벌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용을 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같은 위반을 해도 처벌 수위가 제각각인 이유다. 모두가 예의 주시하는 민감한 정책이라면 전면 시범 허용 이전에 선제적으로 대비책을 최대한으로 갖춰 놓았어야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1월 하달한 ‘휴대전화 사용 가이드라인’은 시범 운영 기간에 나타난 문제점 등을 반영한 뒤 보완해 다시 하달할 예정”이라며 “징계 훈령 등 관련된 각종 훈령도 개정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시행 초기부터 완벽한 정책은 없다. 야전 부대의 한 지휘관은 “초기 몇몇 위반 사례 때문에 정책을 철회하면 군 복무 기간을 늘리는 것에 못지않은 강한 반발을 부를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휴대전화 허용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무를 수 없는 정책이라면 남은 시범 운용 기간인 약 2개월 내에 승부를 내야 한다. 구체적이고 강화된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휴대전화 사용 교육을 대폭 확대하는 방법 등으로 시행착오, 즉 위반 사례 발생률을 빠르게 줄여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지 않으면 정책 철회 주장에 반대할 명분이 사라지고 ‘생산적인 복무 여건을 만든다’는 정책 도입 취지도 무색해질 것이다. 휴대전화를 병사와 사회를 이어주는 ‘착한 휴대전화’가 되게 하는 건 군 당국 의지에 달려있다.
손효주 정치부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