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윤 사회부 기자
1일부터 시행 중인 ‘저상(底床) 시내버스 탑승 전 전화예약시스템’을 장애인 허종 씨(41)와 25일 도전해봤다.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원하는 버스를 예약하고 회사 측은 해당 정류소에 도착할 저상버스 3대의 단말기로 예약 상황을 알리는 시스템이다.
시행과 홍보를 한 지 한 달이 돼 가는데도 허술한 점이 눈에 띄었다. 평일 출퇴근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6∼8시)와 심야시간(밤 12시 이후) 말고는 이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오후 5시에 전화를 거니 한 버스회사에선 “업무시간 종료”라는 기계음만 나왔다. 버스운전석 단말기로 메시지를 전송한다는 홍보 내용과 달리 버스회사 측은 “단말기 메시지는 기사가 보지 못할 수 있어 전화하는 게 낫다”며 기사에게 전화로 예약을 알렸다. 운행 중 운전자의 휴대전화 통화는 다른 승객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실제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정책 수립 단계에서 과연 현장 상황을 충실히 들여다봤는지 의심스러웠다.
20일 서울시는 “장애인의 날 하루 동안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비딱하게 볼 필요는 없지만 하루짜리 생색내는 이벤트로 보인다. 장애인 정책이라는 것들이 평소 장애인들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반증하는 듯해서다.
함께 저상 시내버스 전화예약시스템을 점검하면서 여러 가지 개선점을 지적한 허 씨는 취재가 끝난 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타는 버스를 전화로 예약해야만 탈 수 있다는 것부터 이미 일상의 차별이라는 점을 짚어주시면 좋겠어요.” 아닌 게 아니라 예약하지 않고 휠체어에 탄 허 씨가 손을 들었지만 버스 두 대는 지나쳤다. 내일은 5월 1일이다. 4월이 지나도 거리에서 그들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