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일관계]5월 1일 나루히토 日王 즉위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가 발표된 다음 날인 2일 후쿠이현 후쿠이시에서 새 연호를 표현하는 행사가 열렸다. 아사히신문 제공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30일 퇴위하고 그의 아들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다음 달 1일 새 일왕으로 즉위하면서 일본은 ‘레이와’ 시대를 맞이한다. 일왕이 생전에 퇴위하는 것은 202년 만의 일이다.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했던 1989년에는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상중(喪中)이어서 침울한 표정이었지만, 이번에는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레이와 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분위기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정권에는 최근까지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각료들의 실언이 잇따르는 과정에 2명을 경질했다. 집권 자민당은 이달 실시된 중의원 보궐선거 2곳에서 모두 패했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불안감마저 나돌았지만 즉위식을 계기로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례적으로 1일 자신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새 연호 레이와를 설명했다. 일본 고전에서 연호를 인용한 것도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아베 총리는 레이와 분위기를 이용해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도 다시 되살리고 있다. 그는 해외 순방 중이던 24일 일본 국내에서 열린 ‘신헌법 제정 의원연맹’ 모임에 메시지를 보내 한동안 꺼내지 않았던 개헌 논의를 언급했다.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澤勝榮) 중의원 의원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다음 달 레이와라는 새 시대가 시작된다. 국가 미래상에 대해 정면에서 토론해야 할 때가 왔다”며 “모든 자위대원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정치가의 책임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같은 아베 정권의 움직임 때문에 일본의 새로운 출발인 레이와 시대 개막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 10명 모두 레이와를 계기로 한 한일관계 개선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은 “충돌하지 않으려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한일 어느 측도 밟지 않고 있다”며 “한일 모두 의지가 없어 당분간 관계 개선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라시마 젠이치(寺島善一) 메이지(明治)대 명예교수는 “우익 성향인 아베 정권이 도발하고 여기에 한국이 반응하면서 점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일 전문가들은 G20 정상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레이와 시대 개막을 계기로 한 한일관계 개선이 힘들다면 차선책으로 꼽을 계기는 G20 정상회의이기 때문이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는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한일 양국이 현안을 서로 봉합해가며 협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일 간에 놓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 부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등 현안을 경제와 분리하는 접근법으로 감정적인 대결을 지양하는 가운데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