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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거나, 유쾌하거나… 진실 갈구하는 갈릴레이의 두 얼굴

입력 | 2019-04-30 03:00:00

뮤지컬 ‘시데레우스’ 정민,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김명수
“모순적이고 복잡다단한 인물 표현 어렵지만 인간적 공감”



뮤지컬 ‘시데레우스’의 갈릴레이를 맡은 정민 배우(왼쪽)와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에서 갈릴레이를 연기한 김명수 배우. 이들은 “조금씩은 알고 있는 한 과학자의 삶에 본인의 일생을 견줘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무대 위 갈릴레이의 모습은 달라도 하늘을 바라보며 진실을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똑같습니다.”

2019년 봄, 한국 공연계에 노래하는 갈릴레이와 고뇌하는 갈릴레이가 나타났다. 17일 막을 올린 뮤지컬 ‘시데레우스’에서는 정민 배우(37)가 갈릴레이 역을 맡아 진실을 향한 여정을 힘차게 노래한다. 호평 속에 28일 막을 내린 국립극단의 ‘갈릴레이의 생애’에서는 베테랑 김명수 배우(53)가 진실 앞에서 고뇌하는 갈릴레이를 연기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인물을 연기한 두 배우를 최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났다. 숱하게 무대에 오른 두 배우는 이날 처음 만나 “요즘 대세는 갈릴레이인가 보다”라며 조심스레 인사를 나눴다. 갈릴레이를 연기하는 고충을 묻자 이들은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연기하기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직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래도 진실에 다가가려는 한 인간의 모습에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며 봇물 터지듯 ‘갈릴레이 토론’을 이어갔다.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갈릴레이의 내적 혼란과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갈릴레이는 당대의 통념에 반하는 지동설을 계속 주장하거나 철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정민은 갈릴레이에 대해 “학자로서 정의감도 있으면서 명예욕도 강한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수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기를 펼쳐야 하는데 모순적이고 복잡다단한 갈릴레이의 모습 때문에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머릿속에서 비슷한 모습의 갈릴레이를 떠올리더라도 두 사람이 연기한 갈릴레이는 사뭇 달랐다. 김명수는 “구시대에 발을 딛고 신시대를 꿈꾸는 경계인의 모습을 표현하며 그가 겪었을 법한 고뇌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정민은 “학문적 혹은 내적인 고민보다는 과학자 케플러와 진실을 위해 한발씩 나아가는 모습 자체를 유쾌하게 노래했다”며 “격한 감정 표현보다는 갈릴레이의 고민을 노래로 차분하게 들려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참 동안 서로의 작품을 논하던 두 사람의 토론 주제는 자연스레 ‘배우의 삶’으로 이어졌다. 서울예술대 선후배인 이들은 “배우로 산다는 게 녹록지 않지만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했다. 김명수가 “공연은 관객과 호흡하는 매력이 엄청나다”고 하자 정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에서 연기하고, 무대 밖에서는 연기를 고뇌하는 우리 모습이 곧 ‘인간 갈릴레이’가 아닐까요?”라고 답했다.

뮤지컬 ‘시데레우스’, 6월 3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1만1000∼6만6000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