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통해 본 환경부 인사개입… 국장급 “잘못했다” 빌고 난뒤 보고 과장급은 교체대상자 커피숍 불러 “사표 내라는게 장관 뜻” 사퇴 종용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52)이 지난해 7월 청와대 내정 인사가 환경부 산하기관 공모에서 탈락하자 청와대를 찾아간 안병옥 당시 환경부 차관 등을 문전박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전 비서관은 “청와대 내정 인사가 자유한국당 출신보다 못하냐”며 안 전 차관을 질책했다. 검찰은 “공모에 관여한 환경부 국장급 공무원이 청와대에서 신 전 비서관에게 잘못했다고 빌고 나서 후속 대책을 보고할 수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9일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입수한 신 전 비서관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63)의 공소장에 따르면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6월 9일 환경부 산하기관의 인사운영 현황 등을 파악했다.
신 전 비서관은 지난해 6월 1일 공석인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로 언론인 출신 박모 씨를 추천하라고 김 전 과장에게 통보했다. 박 씨의 내정은 신 전 비서관이 실무적으로 주도한 뒤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63)이 주재하는 ‘청와대 인사간담회’에서 결정됐다. 인사간담회에서 단수 후보자가 결정되면 공공기관 임원의 공모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환경부에 이 명단이 그대로 통보됐다.
하지만 박 씨는 같은 해 7월 10일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안 전 차관은 이 사실을 해명하기 위해 신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 전 비서관이 받지 않았다. 다음 날인 7월 11일 안 전 차관은 청와대를 직접 찾아갔다. 신 전 비서관은 처음엔 만나주지 않겠다며 청와대까지 찾아온 안 전 차관을 문전박대했다. 안 전 차관이 균형인사비서관실까지 찾아오자 신 전 비서관은 “서류전형 합격자 중에는 한국당 출신도 있다”고 따졌다. 당시 합격자 중에는 한국당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비서관은 안 전 차관을 돌려보낸 뒤 김 전 과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다. 신 전 비서관은 “안 차관이 직접 들어와서 박 씨를 어떻게 구제할지, 앞으로의 재발방지책 등을 해명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안 전 차관은 신 전 비서관이 감정적으로 나온다며 청와대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다음 날인 7월 12일 김 전 과장은 환경부 정책보좌관이었던 이모 씨와 함께 청와대를 찾았다. 신 전 비서관은 안 전 차관이 오지 않은 것을 보고 김 전 과장을 만나주지 않고, 이 보좌관만 불러 질책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