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수사 지연되는 사이 범행… 유족 “경찰 대응 늦어 참극” 반발
새 아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의붓딸이 보복 살해되자 유족들이 “경찰의 늑장 수사가 초래한 비극”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동부경찰서는 의붓딸 A 양(13)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김모 씨(31)에 대해 살인 및 시신유기 혐의로 2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양은 9일 “새 아빠가 휴대전화로 음란물을 보냈다”며 전남 목포경찰서에 처음 신고했다. A 양은 당시 경찰 1차 조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14일 2차 조사에서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A 양은 15일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가 취소했다. 김 씨는 경찰 수사 착수 이후 A 양을 만나 회유를 시도했다.
목포경찰서는 16일 “김 씨가 광주에 살고 있다”며 사건을 광주지방경찰청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광주경찰청은 성폭행 가해자인 김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등 수사가 지연됐다. 그 사이 김 씨는 최근 2주일 동안 전국여행을 하다가 27일 목포에서 A 양을 만난 뒤 차에 태웠으며 이날 A 양을 전남의 한 농로에서 살해했다. 김 씨는 그 다음 날 광주 동구의 한 저수지에 A 양의 시신을 은닉했다가 경찰에 자수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