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재임끝 오늘 퇴위…과거사 사죄한 日의 ‘양심’ 교도 “30년간 일본 상징” CNN “시민의 왕으로 퇴위”
30일 공식 퇴위하는 일본의 제125대 왕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지난 30년 동안 일본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지난 1989년 즉위식에서 자신의 역할을 ‘국가(일본)의 상징’으로 규정하며 세계 평화를 희망한다고 했던 그는 이날 퇴위와 함께 장남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된다.
올해 만 86세인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영상메시지에서 “고령이어서 일본의 상징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는 말로 양위 의사를 밝혔었다.
그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부친 히로히토(裕仁) 일왕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중국 등 주변국을 상대로 한 침략전쟁의 잘못을 인정하고 평화를 염원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평화 행보는 1990년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회동하면서 시작됐다. 일왕은 당시 회동에서 “우리나라(일본)가 초래한 불행했던 시기에 한국 사람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통석(痛惜)의 념(念)’(몹시 애석하게 생각하는 마음)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또 1992년엔 중일수교 20주년을 맞아 베이징을 방문, 과거 자국이 벌인 침략전쟁에 대해 머리를 숙이고 평화국가가 되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이후로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태평양 전쟁 피해국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미 NBC방송은 28일(현지시간)자 보도에서 아키히토 일왕에 대해 ‘혁명적’(revolutionary)이었다며 “일반인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일본의 2차 대전 상처를 치유했다는 점에서 널리 존경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아키히토는 일반 시민과 함께 호흡한 일왕이기도 했다. 왕실 전통을 깨고 1959년 평민 신분의 쇼다 미치코(正田美智子)와 결혼한 그는 자녀 양육도 직접하는 등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직접 일반 국민을 찾아 고통을 나누기도 했다. 즉위 2년 만인 1992년 나가사키(長崎)현에서 대규모 화산 폭발이 발생하자 그는 직접 재해 현장을 방문, 주민들을 위로했다. 당시 그는 파격적으로 시민 앞에 무릎을 꿇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후로도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 굵진한 재해가 발생할 때면 즉시 현장을 찾아 슬픔에 잠긴 국민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CNN은 “일본의 86세 일왕은 ‘신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시민의 왕(People‘s Emperor)으로 은퇴한다”며 아키히토 일왕이 왕실의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고 평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