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수괴 5년만에 존재 과시…‘외로운 늑대’도 문제 “극단주의자, 이분법적 세계 살아…이념 다뤄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지원을 받은 대형 테러와 사회에 불만을 품은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혐오·증오 범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다.
공격 대상이나 공격의 주체가 어느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의 뿌리를 건드리기 어렵고, 따라서 위협의 수위는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 최후 거점 잃은 IS,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로 존재 과시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IS의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5년 만에 IS 선전 영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상 속에서 그는 조직원들에게 계속해 투쟁할 것을 촉구하면서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는 시리아 최후 거점 바구즈 영토를 잃은 것에 대한 보복 행위”라고 분명히 밝혔다.
테러 전문가들은 IS가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를 ‘승리’라고 여기기 때문에 알바그다디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리랑카 테러는 IS가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영토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패배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반(反)극단주의 단체인 퀼리엄재단 하라스 라피크 대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이슬람의 땅 다르 알이나 전쟁의 땅 다르 알 하르브라는 이분법적인 세계에 살고 있다. 한 곳에 살지 않으면 다른 한 곳”이라며 “그들은 이미 전쟁 중이고 그들은 전쟁에서 국경을 모른다”고 말했다.
◇ “시리아 떠난 IS 추종자, 세계 각지서 지하디즘 확산”
거점을 잃은 IS가 게릴라 무장단체로 변모, 조직에 충성하는 전 세계 지지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계속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실제 스리랑카 테러범 중 한 명인 자멜 모하메드 압둘 라테프는 IS 훈련을 받은, IS와 직접적인 연결이 있는 인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 2014년 IS 실질적 수도와 다름 없었던 시리아 락까로 갔고 3~6개월간 IS 훈련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훈련 뒤에는 본국인 스리랑카로 파견돼 IS 조직원을 모집하고 테러를 자행했다.
또 스리랑카와 인접한 인도는 29일 IS 모병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 3곳을 수색하는 등 다양한 곳에서 IS 관련 활동이 포착되고 있다.
영국 정보당국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IS 추종 세력 2만여명이 연합군을 피해 도망간 것으로 추정되며, 이라크에서는 IS 추종자들이 현지 과격분자와 섞여 재집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IS뿐만 아니라 종교적 혐오에서 비롯한 자생적 테러도 위협을 고조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이자 이슬람 혐오론자인 남성이 자행한 이슬람 사원(모스크) 연쇄 총격으로 5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이달 29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모스크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백인우월주의자 집회에서 대규모 테러를 모의한 전 미군 참전용사가 체포됐다. 당국에 따르면 스스로를 이슬람교도라고 공언해온 그는 지난 주말 백인 민족주의자 시위에서 급조폭발물(IED)을 터뜨려 “대규모 살상을 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이보다 앞선 27일에는 샌디에이고 인근 한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를 난사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하는 일이 있었다. 용의자인 10대 남성은 총격 직전 온라인상에서 반(反)유대주의 발언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종교 혐오 범죄나 테러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극단주의적 견해를 접하고 이를 내면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생적 테러는 정보당국이 범행 전 테러 모의를 적발하기 어려워 더 큰 피해가 날 가능성이 있다.
라피크 대표는 전 세계적인 테러리즘 문제를 해결하려면 왜곡된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그 자체를 부각하고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이데올로기의 중요성을 깨닫기 전에는 위협에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념 자체를 공격하기 전에는 결코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