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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으로 본 ‘환경부 의혹’…“사표제출은 장관 뜻” 종용

입력 | 2019-04-30 17:46:00

환경부 산하 기관장 카페 불러 사표제출 요구
신미숙 "靑추천자가 한국당 인사보다 못하나"
지원서에 "백두대간 종주했다" 후보 합격시켜




일명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지시로 환경부 공무원들이 산하기관장에 사표를 종용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환경부 고위 공무원들과 공모해 6개 산하기관에서 기관장과 임원 13명을 교체하려고 시도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5일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신 전 비서관이 2017년 7월9일 환경부에 “공공기관 임원 중 한국당 출신 인사를 우선 교체 대상자로 선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시를 받은 당시 환경부 김모 운영지원과장은 14명을 교체 대상으로 정하고 기관장들을 연이어 만나 사표제출을 요구했다. 그는 2017년 12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임기가 2년2개월 남아있던 한 산하 공공기관장을 만나 “사표를 내달라는 것이 장관님 뜻입니다”라며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또 청와대와 환경부는 협의를 통해 각각 몫을 나눠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을 추천·임명했다고도 전했다. 이때 법률상 대통령이 아니라 환경부 장관이 임명해야 하는 직위 일부도 청와대가 단수 후보를 결정해 환경부에 통보하기도 했다고도 검찰은 설명했다.

청와대 몫의 임원 임명은 신 전 비서관이 실무적으로 주도한 뒤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주재하는 ‘청와대 인사간담회’에서 결정됐다고 한다. 인사간담회에서 단수 후보자가 결정되면 공공기관 임원의 공모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환경부 운영지원과에 이 명단이 그대로 통보됐다는 것이다.

신 전 비서관은 이 과정을 통해 지난해 6월1일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로 언론인 출신 박모씨를 추천하라고 김 전 과장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박씨는 같은 해 7월10일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이에 신 전 비서관은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을 향해 “환경부는 왜 이렇게 문제가 많냐”고 화를 내면서 “환경부에서 일을 어떻게 하길래 청와대 추천 인사가 서류심사도 합격하지 못하느냐”고 질책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신 전 비서관은 또 “서류전형 합격자 중에는 한국당 출신도 있다던데, 청와대 추천 인사가 한국당 출신 보다 못해서 떨어진 것이냐”고 따진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합격자 중에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환경부는 임추위에서 ‘적격자 없음’으로 전원 탈락 처리한 후 재공모를 실시하고, 박씨는 다른 환경부 산하 유관기관 사장에 임명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 등은 환경부 실·국장을 임추위 심사 과정에 참여시켜 자신들이 추천하는 후보자를 무조건 통과시키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일례로 2017년 8월 한 공공기관 이사장 후보자 권모씨는 자기소개서에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이와 관련해 시를 쓰는 등 백두대간의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인식시켰다’고 쓰고, 직무수행계획서에는 ‘모든 역량과 경험을 토대로 이바지하겠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적었으나 이사장직에 합격했다.

당초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은 서류 통과가 어렵다고 보고를 올렸으나 청와대는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라”며 “필요한 지원을 다해서 최종 후보자가 될 수 있게 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에 환경부는 ‘산악 관련 잡지사 편집 이사로 약 5년 간 근무했다’, ‘민주당 부산광역시당에 약 1년6개월 간 근무했다’는 내용의 경력 증명서를 포함해 권씨의 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해줬다. 또 권씨가 면접심사를 대비할 수 있도록 7개 문항으로 된 면접 예상질문 자료를 만들어 권씨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을 통해 “이들은 공공기관 임원들을 사퇴시킨 후 그 자리에 청와대 또는 환경부 장관이 추천하는 사람으로 후임자를 임명하기 위해 권한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