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감시, 탐방로 순찰 등 임무… 관제센터로 영상 실시간 전송 악천후 속에서도 비행 가능
드론을 활용해 한라산국립공원의 산불 감시와 탐방객 구조, 불법 행위 단속, 산림 보호 등을 수행하는 안전지킴이 시범사업 시연이 30일 오전 윗세오름대피소 인근에서 열렸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비행 도중 탐방로에 누워 있는 남성을 확인하고 정지비행으로 전환했다. 카메라를 줌인해 이 남성이 다친 것으로 판단한 드론은 기록장치에 자동 저장된 사고 위치와 내용을 관리사무소에 긴급 전달했다. 비상상황 대처 임무를 마치고 다시 순찰비행에 돌입한 드론은 흡연과 취사 같은 등산객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 채증 작업을 하고 관리사무소에 알렸다. 이륙 지점에서 1.5km가량 떨어진 탐방로까지 순찰한 드론은 윗세오름대피소 이착륙장으로 복귀했다.
이 상황은 실제 벌어진 일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하는 ‘스마트드론 한라산 안전지킴이’ 시범사업에서 모의상황을 시연한 것이다.
스마트드론은 특정 경로를 자동 비행하며 모니터링하다가 필요한 경우 수동으로 전환한다. 이 드론은 시간당 20mm의 비가 쏟아져도 비행이 가능하고 초속 12m 바람, 영하 40도 날씨 등을 견딘다. 순찰비행용 드론 외에 방송용 스피커가 있어 안내 및 경고방송을 하는 드론, 고도 3km까지 비행할 수 있는 기상관측용 드론도 운용하고 있다. 무게는 각각 2kg가량이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드론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드론 비행과 실시간 영상 송수신을 위해서는 비행 경로에 안테나가 상당수 필요한 실정이다. 우뚝 솟아오른 한라산 정상 백록담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전파 방해를 피하려면 관제센터를 서너 개 마련해야 한다. 시범사업을 수행한 성민 ㈜보라스카이 부대표는 “해발 1700m 고지대에 드론 관제센터를 설치한 것은 처음”이라며 “예상외로 강풍이 자주 불어 드론 운용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무사히 순찰비행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JDC는 한라산 안전지킴이 사업 외에도 드론을 활용해 해녀지킴이, 수상 안전, 산림 보호, 구호물품 배송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문대림 JDC 이사장은 “시범사업을 계기로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제주의 자연을 보전하고 재난에서 도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