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외면 극한대치 ‘동물국회’ 동물의 세계도 하지 않는 행태 다른 종과도 상호협력해 共進化… 경쟁관계 라이벌? 사생결단 적? 대한민국 與野본색 어느 쪽인가
고미석 논설위원
#2. 하이에나와 늑대는 떼로 몰려다니며 사냥한다. 많은 사람이 혐오하는 이들 무리에 섞여 생고기를 씹으며 함께 생활했던 어느 미국 동물학자의 말이 흥미롭다. 자기가 잡아먹히지 않은 것은 동물에게는 숨겨진 꿍꿍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겉과 속이 다른 것은 동물 중에도 인간만의 특징이란 얘기였다. 인간 군상 사이에서는 살아남는 비책이 될지 모르나 동물의 세계에서는 치명적 약점이 되고 마는, 특이한 인간 본성.
자연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보고 들은 동물의 세계가 불현듯 떠오른 것은 여기 만신창이 입법부의 인간 군상 탓이다. 일 안 하고 연명하는 ‘식물국회’가 어느새 몸싸움으로 날을 새우는 ‘동물국회’로 불리고 있다. 정상에서 심하게 벗어나면 식물, 동물을 끌어다 묘사하는 것도 자연계에 무례한 행동이지 싶다. 유구한 진화 과정을 통해 동식물은 생태계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면서도 필요하면 같은 종끼리, 때로는 다른 종과도 서로 협력하는 공존의 지혜를 발휘해 왔다. 그 결과물인 공영(共榮)의 한 끝자락에 서 있는 그들은 우리 인간의 문화 풍토상에서 함부로 비교하기에는 더 높은 수준의 생태계처럼 느껴진다.
저명한 의사 리 골드먼의 신간 ‘진화의 배신’은 굶주림과 탈수 같은 역경 속에서 수십만 년 생명을 지켜준 인류의 유전자들이 현대인에게는 만연한 질병과 사망의 요인이 되기에 이르렀음을 깨우치면서, 의학을 넘어 세상 이치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말한다. 경쟁자란 의미의 영어 라이벌(rival)은 그 어원이 라틴어 리발리스(rivalis)인데 그 뜻은 ‘다른 사람과 같은 하천을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라이벌은 무찔러야 할 적이 아니라 공생의 관계다. 이런 상식이 통해야 정치의 건강도 담보할 수 있을 텐데 정치는 상식 밖으로 뛰쳐나간 지 오래다. 적어도 선량(選良)이라면 자신들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는 업종이란 사실을 뻔히 알 텐데도 이 지경이다. 여야 공히, 나라와 국민의 장래 터전을 위한 봉사는커녕 상대를 천적처럼 짓밟겠다는 기세가 등등하니 말이다. 큰개미핥기도 차마 안 하는 짓이다. 공생에서 모두 이득을 보면 상리공생, 한 종은 이익을 얻고 다른 한 종은 피해를 보면 기생 관계라고 한다. 이 땅의 ‘동물국회’는 어떤 길로 향할 것인가.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새 저서 ‘대변동(upheaval)―어떻게 국가는 위기와 변화에 대응하는가’에 대해 설명하면서, 개인이 인생 위기 때 취하는 대응 방법을 국가적 차원에서도 대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 첫걸음은 현실 직시와 위기 상황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특히 개인이든 국가든 위기 탈출의 비법은 핵심 가치와 유연한 자세의 공존임을 강조했다.
자연계 생명체는 라이벌과 외부 환경과의 관계 속에 진화해간다. 인간이 만든 기업들도 21세기 들어 박애심이 아니라 자기 존립을 위해 협력과 상생을 모색하는 전략, 즉 ‘이타적 공진화’를 추구하는 마당이다. 정치권도 부디 라이벌을 꺾겠다고 개울 오염시키는 우매한 행동은 그만하면 좋을 때가 왔다. 그것은 같은 강물을 사용하는 이들끼리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중도덕이자, 스스로 마실 물을 깨끗이 지키는 첩경이기도 하다. 동물도 그 정도는 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