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책 ‘언어의 아이들’ 펴낸 英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
조지은 교수는 “요리 축구 등의 수업을 통해 영어를 익히면 교실에서 배우는 것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즐거운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영어 교육은 어렵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그럴듯하다.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말을 배우는 걸까. 최근 ‘언어의 아이들’(사이언스북스·1만8500원)을 펴낸 조지은 옥스퍼드대 동아시아학부 교수를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아이들이 매일 아침 대화하는 모습을 녹화했죠. 엄마의 마음으로 본 자녀의 언어 관찰·연구 과정을 담았습니다.”
“국제 가정의 경우 60개월 전에 엄마(또는 아빠)의 언어를 익히는 게 좋습니다. 이후엔 자의식이 생겨 거부할 수 있거든요. 두 개의 언어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아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결국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국제 가정과 같은 언어 환경을 제공하는 영어 유치원은 어떨까. 조 교수는 아이의 기질에 따라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언어는 즐거운 환경에서 ‘노출’과 ‘필요’에 의해 습득되는데, 낯선 외국인과 엄격한 규율로 심리가 위축되면 언어 자체에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험을 통해 성과물을 유도하는 학습식 영어 유치원을 지지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하지만 조 교수는 시험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외우는 것은 ‘이해의 단어’를 쌓는 것과 동떨어진 행위로, 영어 실력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본다.
“훈련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달달 외우는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중요한 건 평소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차곡차곡 쌓이는 ‘이해의 단어’입니다. 6세에서 8세 사이의 독서가 이해의 단어를 비롯한 언어 능력을 결정합니다.”
“일곱 살 무렵 노래 등으로 파닉스를 익히고 독서로 넘어가길 권합니다. 책 내용이 흥미롭다면 스스로 읽으면서 문법을 깨칠 겁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