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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사진 올려도 ‘면허 인증’… 공유 전동킥보드 ‘위험한 질주’

입력 | 2019-05-01 03:00:00

학원가 초중고생들 무면허 대여 성행



손가락을 찍어 올려도 면허증 인증 절차를 통과하는 전동킥보드 무인 공유서비스 업체의 회원 등록 애플리케이션 화면(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전동킥보드를 빌려 타고 있는 학생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인도를 주행할 수 없고 원동기나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몰 수 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고교생 A 군(18)은 무면허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한 달 전 검찰에 송치됐다. A 군은 1월 26일 낮 12시 반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의 학원가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달리다 앞서 걸어가던 초등학생 B 군(7)을 치었다. 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군을 입건해 조사한 뒤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로 넘겼다.

전동킥보드를 몰기 위해선 원동기나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A 군은 둘 중 아무것도 없었다. A 군은 전동킥보드 무인 공유서비스 업체를 통해 전동킥보드를 빌렸다. A 군이 면허증 없이도 전동킥보드를 빌릴 수 있었던 건 전동킥보드 무인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C업체의 느슨한 회원 가입 절차 때문이었다. 이 업체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회원 가입을 받을 때 면허증을 확인하는 절차를 따로 뒀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건너뛰어도 회원 가입에는 문제가 없었다.

A 군을 조사하던 경찰은 이런 문제점을 확인하고 C업체 대표를 형법상 방조 혐의로 입건해 A 군과 함께 검찰로 넘겼다. 업체 대표 D 씨는 입건되고 나서야 회원 가입 절차에서 면허증 확인 과정을 건너뛸 수 없도록 시스템을 변경했다.

하지만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여전히 C업체에서 빌린 전동킥보드를 타는 무면허 10대들이 많았다. 본보가 지난달 16일과 21일, 29일 세 차례에 걸쳐 대치동 학원가 주변을 둘러본 결과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무면허로 C업체의 상호가 표시된 전동킥보드를 타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C업체가 회원 가입 절차에서 면허증을 찍은 사진을 반드시 등록하게 하면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려도 되도록 했는데 손가락 사진만 찍어도 면허증 사진으로 인식하는 오류가 생긴 것이다. 한 중학생은 “친구가 손가락만 찍어도 빌릴 수 있다고 알려줬다”며 “빌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회원 가입을 할 때 인터넷에 떠도는 운전면허증 사진을 캡처해 사용하는 학생들도 있다.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수단 ‘퍼스널 모빌리티’ 보급이 늘면서 관련 사고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 고양시에서는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던 40대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을 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뇌출혈을 일으킨 피해 여성은 20여 일 동안 의식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숨졌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서울 구로구에서 전동킥보드를 몰던 20대 남성이 60대 노인을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사고로 피해 노인은 뇌경막외출혈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전동킥보드를 몰았던 20대 남성 역시 무면허였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국내 판매량은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2017년 한 해에만 약 7만5000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퍼스널 모빌리티 운전자가 가해자로 판명된 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전동킥보드의 주행 속도를 시속 25km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아직 입법화는 되지 않았다. 전동킥보드는 최고 시속 60km까지 달릴 수 있다.

김정훈 hun@donga.com·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