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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학의 차관 내정 당일 ‘동영상 입수 가능성’ 靑 구두 보고”

입력 | 2019-05-01 03:00:00

檢, 대통령기록관 문건서 확인… 경찰 보고 이틀뒤 靑서 임명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의 차관 내정 당일인 2013년 3월 13일 “김 전 차관 동영상을 입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청와대에 구두로 보고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최근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문건을 열람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수사단에 따르면 대전고검장에 재직 중이던 김 전 차관의 ‘차관 내정설’이 퍼진 2013년 3월 초 대통령민정수석실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안봉근 당시 대통령제2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게 처음 보고했다. ‘김 전 차관의 성관계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첩보를 경찰이 입수했으나 관련 동영상 등이 확인되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짐’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경찰은 청와대에 서면 보고를 하지 않고, 구두로만 “김 전 차관의 성관계 동영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동영상을 확인했느냐” “내사에 착수했느냐”고 재차 확인하자 경찰은 “관련 정보를 입수했을 뿐이다. 내사도 아직”이라며 “동영상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민정수석실은 해당 정보를 신빙성이 낮은 첩보 수준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김 전 차관에 대한 두 번째 청와대 구두 보고 시점은 김 전 차관 내정 당일인 2013년 3월 13일 오후였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경찰이 김 전 차관 동영상을 입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함’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틀 뒤(3월 15일) 김 전 차관은 차관으로 임명됐다. 당시 민정수석실이 경찰의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고 판단해 김 전 차관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보고를 박 전 대통령에게 하지 못한 것으로 수사단은 보고 있다.

수사단은 당시 경찰 측에 김 전 차관 동영상을 처음 건넨 것으로 알려진 사업가 권모 씨(여)를 30일 소환해 그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했다. 수사단은 권 씨가 2013년 3월 이전에 김 전 차관 등 고위층 인사의 성접대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경찰 측에 건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씨는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한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과거 내연 관계였다.

경찰은 2013년 3월 19일 김 전 차관 내사에 착수했으며, 공교롭게도 내사 착수 당일 김 전 차관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3월 21일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김동혁 hack@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