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쫓는 강사법’ 우려 현실로
8월 시행 예정인 ‘개정 고등교육법’(시간강사법)으로 각 대학이 ‘20명 이하의 소규모 강좌’를 지난해보다 9000개 가까이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강사법’은 강사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을 안정화하려는 법이다. 시간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하고,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대학 입장에선 강사 인건비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입법 취지와 달리 ‘시간강사 구조조정법’이란 비판이 나왔다. 결국 이 법 시행을 앞두고 소규모 강좌를 줄여 시간강사를 정리하는 역효과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학년도 1학기 ‘20명 이하 소규모 강좌 비율’은 지난해 1학기(38.0%)보다 2.1%포인트 줄어든 35.9%(10만9571개 강좌)로 나타났다. 반면에 51명 이상 대규모 강좌 비율은 13.9%(4만2557개)로, 지난해(12.7%)에 비해 1.2%포인트 올랐다. 21∼50명의 중규모 강좌도 지난해(49.3%)보다 0.9%포인트 오른 50.2%(15만3225개)로 조사됐다.
또 대학들은 신규 강사를 채용하기보다 기존 전임교원의 강의 부담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학기 각 대학의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66.6%로 지난해 1학기(65.6%)보다 1.0%포인트 올랐다. 이런 현상은 국공립대보다 사립대에서,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대학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지난해 대비 사립대가 1.2%포인트 오른 반면에 국공립대는 0.4%포인트 높아졌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과장 A 씨는 “대학들이 강사법에 부담을 느끼면서 소규모 분반 강의를 줄이고 대형 강의를 늘려 학생들의 선택권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올해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합쳐 강사 약 2만 명이 해고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간강사뿐 아니라 학생들의 불만도 크다. 올해 초 1학기 수강신청을 앞두고 학생들 사이에선 소형 분반으로 진행되던 필수과목들이 대거 사라져 졸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수도권 사립대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김모 씨(25)는 “졸업을 앞두고 전공필수 과목 강의 수가 대폭 줄어 학과 사무실에 ‘수업을 개설해 달라’는 학생들의 민원이 쇄도했다”며 “등록금을 내고도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런 부작용의 최소화와 강사법의 연착륙을 위해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최화식 교육부 강사법태스크포스(TF) 팀장은 “초안을 지난달 26일 각 대학과 강사단체에 배포했으며, 7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늦어도 이달 하순까지 운영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