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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분의 1 확률, 울고 웃는 ‘신의 선물’ 앨버트로스[김종석의 TNT 타임]

입력 | 2019-05-01 10:01:00

규정타수보다 3타 적게 쳐야
장타, 정교함에 운까지 따라야
KLPGA투어 5번, 그 중 우승자는 없어
파4 홀인원은 장하나 이민지 달성




주말골퍼 사이에는 버디를 한 바로 다음 홀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너무 기쁜 나머지 감정이 요동쳐 티샷 OB를 내는 등 큰 미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버디값’ 했다며 쓴 웃음을 짓기도 한다.

기준 타수 보다 1타를 더 적게 치는 버디가 그럴 진데 이글(-2타)이나 앨버트로스(-3타)는 오죽할까. 앨버트로스보다 더 큰 새도 있기는 하다. 콘도르(-4타), 오스트리치(타조·-5타)다.

아무튼 필드에선 일희일비하지 않고 18홀 내내 일관된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으니 보기를 하면 바운스백을 노리면 그만이다. 물론 한번 열린 뚜껑을 닫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KLPGA투어에서 역대 5번째 앨버트로스를 낚은 전우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는 전우리(22·넵스)는 지난달 국내 개막전인 롯데 렌터카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앨버트로스를 했다.

앨버트로스는 그 확률이 200만분의 1로 알려졌다. 홀인원(확률 1만2000분의 1)보다 어렵다. 장타에 정확도를 겸비해야 하고 행운까지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신의 선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짜릿한 경험을 했지만 아쉽게 컷 탈락했던 그는 “큰 선물 받은 것 같다. 좋은 기운으로 앞으론 잘 풀리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앨버트로스 이후 그는 KLPGA투어 3개 대회에서 연이어 컷 통과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전우리는 “드라이버가 자꾸 푸시가 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슨도 받고 집중적인 연습으로 고치려 한다”고 말했다.

KLPGA투어 역대 앨버트로스 현황


역대 KLPGA투어에서 앨버트로스는 5번 나왔다. 1995년 박성자가 88CC에서 열린 제1회 제일모직 로즈여자오픈에서 처음으로 기록했다. 전우리의 앨버트로스는 한국 선수로는 2001년 오미선 이후 18년 만에 작성된 것이다. KLPGA투어에서 배출한 5명의 앨버트로스 주인공 가운데 해당 대회에서 우승한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다.

세러즌 브리지


‘명인 열전’이라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는 4명에게만 앨버트로스를 허락했다. 이 중에서도 우승까지 한 경우는 1935년 첫 주인공 진 세러즌 뿐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회 장소인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는 그의 이름을 딴 다리도 있다.

루이 우스트히즌


가장 최근인 2012년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에서 앨버트로스를 낚은  우스트히즌(남아공)은 당시 단독 선두에 나서기도 했으나 이후 보기 2개를 해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우스트히즌은 “뛰는 가슴을 진정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린재킷의 주인공은 버바 왓슨이었다.

LPGA투어 사상 첫 파4홀인원을 한 뒤 큰 절을 올리는 장하나.


는 미국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적이 있다. 2016년 시즌 개막전인 바하마 클래식 3라운드 8번홀(파4·218야드)에서 티샷한 공이 그대로 컵에 빨려 들어갔다. 1950년 출범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사상 최초의 파4 홀인원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단번에 3타를 줄인 앨버트로스(더블이글)였다. 장하나는 그린에 올라 큰 절까지 하며 환호했다. 이 대회 우승 트로피는 김효주에게 돌아갔다.

이민지

LPGA투어에서 사상 두 번째 파4 홀인원의 주인공은 호주교포 다. 이민지는 2016년 KIA클래식 3라운드 16번 홀(파4·275야드)에서 5번 우드로 한 티샷이 그린 바로 밖에 떨어졌고 왼쪽으로 내리막을 타더니 홀인원이 됐다. 파3홀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홀인원을 파4홀에서 한 것이다. 이날 이민지는 앨버트로스와 버디 1개에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다. 이 대회 우승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였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파4 홀인원은 딱 한 번 작성됐을 뿐이다. 2001년 피닉스오픈에서 앤드루 머기가 332야드짜리 17번홀(파4)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파4 홀인원이 기록된 적이 없다.

앨버트로스는 날개를 펴면 그 길이가 4m에 이르러 바다를 건너는 새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한번 날면 1만 마일(약 1만6000km)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앨버트로스도 어린 시절에는 걸음마부터 배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